헨리 R. 루스라는 예일대학 출신이 동창생 한 명과 ‘타임’이라는 시사 주간 잡지를 발간한 것이 1923년이었다. 바쁜 독자를 위해 한 주간의 뉴스를 간결하게 또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6년도 못되어 부수가 20만이 되었다.
타임지의 간단한 역사가 떠오른 것은 몇 주 전 표지에 그것도 총천연색으로 코가 잘린 아프가니스탄의 18세 신부인 아이샤의 처참한 사진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아이샤는 시집 식구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왔다가 잡히게되자 그 부락의 탈레반 두목이 신랑에게 아이샤의 귀와 코를 자르라고 명령했단다.
시동생이 아이샤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타고 앉아 있는 동안에 신랑이 칼을 들어 그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니 얼마나 아팠으며 죽음을 당하는 것 같은 고통이었을까? 아이샤의 사진에 대한 타임지의 제호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면 어찌 될 것인가’였는데 그것이 다분히 선정적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생긴 일이기도 하지만 미군이 언제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있어야 된다는 말이냐는 점에서 그러하다. 탈레반 정권이 2001년 말 미군의 침공으로 무너지기까지 몇 년 동안의 집권 기간 중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엄청난 수난을 당했었다.
여자가 바깥에 나갈 요량이면 머리끝에서 발 뿌리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차도르도 모자라 입술이나 눈빛조차 보이지 않게 눈구멍과 입 구멍까지 망사로 덮여 있는 버르가(Burqa)를 입어야 했었다.
처음 얼마 동안에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일소되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탈레반의 맹렬한 반격이 시작되어 10만이 넘는 연합군과 또 몇 만이 넘는 카르자이 정부군이 적절히 치안 유지를 하는 곳은 아프가니스탄의 남부 일부일 뿐 북부 여러 부족들의 지역은 탈레반이 주민들 특히 여자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는 현실이다.
카르자이도 탈레반이 무장 해제를 하고 정부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미국도 오바마의 철군이 예정표 아래 있기 때문에 탈레반의 온건파와 타협할 전망이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특히 수도 카불에서 국회의원들이나 TV 방송인 또는 의사나 선생들로 활약하는 여성들이 전전긍긍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투표했다는 이유로 여자의 손을 잘라 버리거나 학교에 다니는 어린 여학생들의 얼굴에 청산가리를 뿌리는 자들이 탈레반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10억의 무슬림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하더라도 이슬람권의 여성관이 문제다. 남자와 여자가 창조주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서로를 돕고 사는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한 남자가 여럿 여자를 데리고 살 수 있다는 코란 경전의 근본 교리 때문에 대부분의 이슬람권 나라에서 여자들은 남자의 종속물처럼 간주되는 것이 근본 문제라 할 수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자들이 운전을 할 수 없지만 여러 회교 국가들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성 교육과 전문 직업 진출에 있어서도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극단적인 보수 이슬람 아래서는 여자들의 인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남편의 허락이 없이는 나다닐 수도 없고 친척 남자의 동행이 없이는 혼자서 산보조차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간통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여자는 아버지나 오빠 등 가족 성원이 죽이더라도 소위 명예 살인이라는 자가당착적인 이슬람교 법(Sharia)과 교직자들(Mullah)의 가르침 때문에 벌을 받지 않는다.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종교 개혁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지만 기독교 등 타종교로의 개종 자체를 사형 죄에 해당하는 배교로 보는 물라들이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에 크리스천 교회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200여개의 나라들이 독립국인 현상 아래 각국이 외세들의 내정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유엔의 인권헌장이 천명하는 것처럼 지상 모든 사람들은 의식주 그리고 교육을 받을 권리, 시민권과 참정권,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공이나 북한처럼 국민들의 참정권이나 언론 종교의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들도 건재하고 보수적 이슬람 정권들 아래서의 여성 권리 탄압도 계속된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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