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고 있는 종교와 이슬람 간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가.” 이런 설문조사를 대하게 됐을 때 당신은 어떤 답을 하게 될 것인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한 때, 그러니까 2001년 시점에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이런 응답을 한 것으로 보고됐었다.
회교 근본주의 무력집단의 파상적 테러공격을 경험한 게 바로 엊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들은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 시각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세월은 10년 가까이 지났다. 같은 질문을 던질 때 미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백악관은 최근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 기독교인이고 매일 같이 기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왜 이런 괴이한 성명이 나오게 된 것인가.
미국인의 18%가 오바마 대통령을 회교도로 보고 있다. 얼마 전 퓨 여론조사 결과다. 3월 조사 때보다 7%나 늘어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테러현장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모스크를 세우는 일에 끼어들었다. 사실상 찬성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그 수치는 무려 24%로 상승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대통령을 회교도로 보게 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70대 29,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에 반대다. 그 여론조사 결과에 백악관은 혼비백산, 부랴부랴 나온 것이 대통령의 신앙생활을 공개하는 극히 이례적인 성명이었다.
‘미국은 무슬림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인가’ - 비슷한 시기에 타임지가 던진 질문이다. 절대 다수의 미국인이 ‘그라운드제로’ 회교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무엇인가 미국이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왜 그러면 미국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인가. “전례 없이 많은 미국인들이 이슬람권을 방문했고 이슬람에 대한 직접 경험을 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그 직접 경험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한 관측통의 지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 주둔해온 미군병사는 그동안 연인원으로 125만 정도를 헤아린다. 이렇게 이슬람 직접 체험 미국인 수가 늘면 늘수록 역으로 반 이슬람 정서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 단편은 미군의 해외주둔에 따르는 이른바 ‘현지출신 신부’문제에서도 읽어진다.
2차 세계대전에서 한국전, 월남전 등을 통해 생겨난 현지출신 신부는 모두 75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간 주둔 미 병사의 경우 그 오랜 주둔에도 불구하고 현지 여성과 결혼한 케이스는 수 백 명에 불과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이슬람권 문화, 그 종교가 서방의 접근을 거부한다. 그 보다는 미군 병사들이 그 가치관에 결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이슬람 세계를 직접 체험하면 할수록 이슬람권이란 문화, 더 좁혀 말해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해 더 부정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슬람이란 종교,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의 본질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그러면서 발견한 것은 배타성에, 잔혹성이다. 야만성이고, 폭력성이다. 그 직접 경험은 그 종교에, 그 문화에 거부감을 가지게 한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관련해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일고 있다. 보통의 미국인들과 지적 엘리트로 분류되는 계층 의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 상당한 갭이 존재하고 있고, 그 간격은 넓어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종교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진보로 분류된다. 그런 경우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에 호의적이기 쉽다. 엘리트로 분류되는 계층이 보이는 일반적 성향이다.
보통의 미국인으로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런 경우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히 부정적이다. 전체적으로 미국인의 70% 정도가 이 시각에 가깝다.
이슬람은 그러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나. “이슬람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이교도적인(pagan) 패러디에 불과하다.” 독일의 신학자 프란츠 로젠츠바이크가 일찍이 내린 정의다.
유대·기독교 전통의 신(神)은 언약의 신이다. 그 언약의 하나님은 이성(理性)의 하나님이어야만 한다. 언약은 계율을 통해서만 표현되고 계율은 추론을 필요로 하니까. 이성이 이슬람에서는 배제된다. 그런 맹목적인 알라 숭배는 본질에 있어 ‘페이거니즘’ 특유의 우상숭배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을 둘러싼 계층 간의 갈등 - 이는 어쩌면 문명의 충돌이자. 새로운 양상의 가치관 전쟁인지 모른다.
옥 세 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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