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였다. 무슨 교통 폭력 일소라고,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무조건 유치장 행이었다. 친구와 함께 횡단 보도를 통하지 않고 무단 찻길을 건너가는데, 정복입고 구두닦이의 구두통에 군화를 올려놓고 담배피던 순경이 손짓하며 불렀다. 둘이서 파출소로 끌려갔다. 나중에는 트럭에다 모두 싣고는 본서로 향했다. 공무원이 근무 시간에 구두닦고 담배피고 한담하는 것은 괜찮고, 시민이 횡단로로 건너지 않은 것은 폭력 행위로 취급받는 상황이었다.
본서 유치장으로 갔더니, 각 파출소에서 잡혀온 사람들로 만원 사례였다. 유치장 한쪽으로는 조그만 창이 있었고, 그 창을 통해서 사람들은 간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붙들려 있었다. 때때로 “아무개”라고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은 대답을 하고는 사라졌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이 매점을 통해서 사람들은 돈을 집어주고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면, 연락을 받은 친척은 손을 써서 경찰서 간부 등에게 빼달라고 부탁을 하고, 유치장 담당관은 이름을 불러 방면시키는 것이었다. 핸드폰이 없던 때라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오늘날에는 오늘날대로 다른 방법이 쓰이고 있으리라.
오후가 되니 어지간히 나갔는지 유치장 안에는 조금 공간이 생겼다. 힘 있는 자들이 다 나간 후로는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법원으로 가는 트럭에 실었다. 당시의 즉결 심판에 회부되는 것이었다. 담당 경찰관들이 없을 때, 친구와 함께 경찰관의 책상 서랍을 열어봤다. 나와 친구의 조서에는 “훈계방면”이라는 도장이 찍혀있음을 보았다. 퇴근 시간 즈음, 담당 경찰관이 나타나서 하는 이야기가 걸작이다. “제가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판사님께 여러분의 벌금액을 다 받아 왔으니 200원씩 내고 가세요!”했다. 그 당시 서울대학교 한학기 등록금이 17,000원이었다. 모두 판사에게 가도 훈계 방면될 사람들을 붙들어 두고는 마지막까지 속여 벌금명목으로 하루 용돈을 버는 것이었다. 돈도 세지도 않고 그냥 긁어모은다. 영수증도 물론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이 40여년 전의 한국 유치장 풍경이었다. 하도 분해서 오늘날까지 그 구두닦고 있던 순경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다.
올해 광복절을 맞아 정부 수립 후, 백번째의 특별 사면이 이뤄졌다. 국민 화합을 위한다며, 총 2493명이 특별 사면을 받았으며, 보도에 따르면 이중 95%가 선거 사범이라고 한다. 현 정부 들어 다섯번째, 정부 수립 후 100번째가 되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정부는 "화해와 포용, 사회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면의 대상이 정치인이나 공직자에 집중돼 있고, 정부가 그간 내세워온 사면의 원칙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무원칙 사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화이트 칼러들의 사면이라, 정부의 친 서민 정책이 호응을 얻기엔 한참 멀었다.
광복의 기쁨은 넥타이 메고, 돈을 만지다 구속되거나. 당선되려고 억지부린 사람들에게만 와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도 천안함의 폭침 조사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강부자, 고소영 이야기처럼, 있는 자들만 감싸는 듯이 보이는 현 정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외면해선 안된다.
정부는 사면 이유로 ‘경제살리기’와 ‘사회통합’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통합이 아니라, 정치인 끼리끼리 통합이 된 셈이다.
정치인들은 민생 사범의 사면보다는 자기 식구 감싸기의 행태를 보여왔다. 원칙없는 사면은 다수 서민에게 불만을 가중시킨다. 이점을 정부는 주의 깊게 살피고 반성하며, 개선해야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 모두가 지방 선거하며 국회의원 보궐 선거 직후 “국민은 무섭다”고 한 이야기가 그냥 허공에다 대고 한 헛소리가 아니길 바란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반 형사범 가운데 정치인, 공직자, 지방 자치단체장 등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을 뺀 ‘순수 일반인’은 고령과 신체장애, 질병으로 고통받는 37명에 불과했다.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사면은 없었다. 그 옛날 유치장에서 목격한 것처럼, 힘있는 자들은 모두 일찌감치 손을 썼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별 사면으로는 진정한 국민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하고, 국가의 백년 대계를 위해 특별 사면도 원칙이 정립되고 일관성있게 이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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