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하자 미국과 영국은 일본에 대하여 선전을 포고했다. ‘대동아의 공영을 위해’ 전쟁을 한다는 일본은 승승장구 남태평양까지 전선을 확장하였으나 차츰 다시 밀리기 시작하여 오키나와를 빼앗기고 본토까지 위협을 받는다. 드디어,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걸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8월 15일 일왕 히로히또는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하기에 이른다. 일본의 침략전쟁은 일단 끝을 보았다. 그날을 ‘해방일’이라 한다. 2천5백만 동포의 감격과 기쁨이 천지를 진동시킨 날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우리의 앞날에는 또 다른 암흑의 역사가 진을 치고 있었다.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1주일 전 소련군이 소만국경을 넘어 함경북도로 진군하였다. 다 끝낸 전쟁에 무임승차하여 한몫 차지하려는 속셈은 적중하여 결국 털 하나 뽑지 않고 코리아의 반쪽을 차지함에 이른다. 일본이 항복을 하고나서 코리아의 한 곳, 한 테이블에 놓인 조선반도의 지도에는 북위 38도 선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한 미군 대령과 소련군 장교가 동석하여 조선반도를 남과 북의 둘로 갈라 놓았다. 패전한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한 작전상 전략을 짠 것이라 하였다. 그때부터 6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군의 무장이 아직 해제 안 되었는지, 이를 계기로 시작된 분단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광복절’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38선이라는 괴물이 생겨난 후 다음 날부터 북에서는 ‘해방군’이라 자칭하는 소련군이 들어와 <000인민위원회>란 정부를 만들고, 길가에는 소련군인(로스케)이 길을 메우고 ‘다와이-나 줘)’ 판으로 시민을 겁주었다. 도시의 큰 공장은 헐리고 알맹이 시설물은 기차에 실려 북으로 북으로 빠져 나갔다. 팔에는 붉은 완장을 끼고 허리에는 일본군에서 빼앗은 긴 칼을 찬 적위대/치안대원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 백성들은 겁에 질려 숨을 죽이고, 많은 청년들은 밤마다 잡혀갈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남에서는 미국 군인들이 들어와 ‘조선총독부’ 대신 ‘미군정청’을 설치하고 38도선 이남을 다스렸다. 거리에는 이북 공산당이 싫어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내려온 피난민으로 길을 메웠다. 미국에서 들어온 껌, 양담배, 밥 대신 먹으라는 흑설탕, 탈지분유, 밀가루, 강냉이가 일본이 빼앗아간 쌀을 대신하고, 다이야찡이라는 만병통치약(?)까지 갖다 주었다. 이때부터 미(쌀이)국을 미(아름다울 미)국으로 개명하고, ‘감사 미국.’ ‘찬양미국’의 풍토가 생겨나고, 6.25를 겪으면서부터 친미, 숭미가 유일한 애국의 길로 떠오르게 됐다.
미국으로서는 대단한 외교적 승리로 큰 수확을 거둔 것이다.
1943년 장개석, 루즈벨트, 처칠 등은 카이로에 모여 일본이 패배하면 코리아를 해방하는데 동의한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코리아는 아직까지 완전 해방 없이 반신마비 상태에 있다. 책임 있는 최강대국의 공약이 헛구호로 끝난 상태에서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갈라놓은 65년이 언제 끝날 것인지 5천만 코리언은 더욱 질식함을 느끼고 있다. 강대국의 국민이 어떤 이유로 타력에 의하여 한 사람이라도 가족 곁을 떠나있게 되면 자국의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구출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관례에서 1천 5백만 코리언의 이산과 국토의 분열은 책임 있는 저들의 관심에서 조차 지워져 버렸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국제관계는 냉혹하여 도덕이나 양심 같은 것은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설사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저들의 외교상 정치적 수완의 일부일 뿐 국제관계는 자국의 이익을 0순위로 다룬다.
대대로 물려줄 재산과, 지위, 명예를 확보하고 내면으로는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며 외면으로는 대중을 향해 가끔 그럴싸한 말을 섞어대는 사람들이 풍선 날리기와 나팔 불기를 자제하고 ‘방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가운데 계신 분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날 진정한 광복과 통일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를 갈라놓은 세력들을 향해 ‘결자해지’ 하라고 말하고 싶다. 갈라놓은 사람들이 다시 하나로 합쳐 놓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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