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장(章)을 꼽는다면 창세기의 3장이라 하겠다. 이
장에는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는다. 이로써 인간 개개인의 한쪽 구석에는 죄의 씨앗이 항상 싹틀 준비가 되어있다. 성경에 창세기 3장이 없다면, 전체 66권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1장과 2장에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에다, 4장에 가서는 갑자기 서로 빼앗고 죽이고 난리들이다. 3장이 없이는 전혀 연결되지않는 인간의 삶이 묘사되어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자기 자신을, 그리고 남을 상하게 만들기도한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욕망을 스스로 다스리도록 우리 인간들에겐 도덕이 있고, 법이 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힘이 세다든지, 낫다고 생각되면 조금 움추린다. 그렇지 않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나쁜 생각에 따라 죄의 싹을 꽃 피운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라, 끝없는 전쟁이 인간들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LAT)의 다이애나 마컴 (Diana Marcum) 기자는 프레즈노 인근, 3만명 인구의 소도시인 클로비스 (Clovis)에 있는 뷰캐넌 (Buchanan) 고등학교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학교 졸업생 중 일곱명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전사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고등학교 중, 제일 많은 졸업생이 전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곱번째 전사자인 브라이언 피어시 (Brian Piercy) 하사의 장례식에는 외지의 사람들도 많이 참석했다. 첫 희생자는 2004년 다정하게 지내던 두 친구가 해병대에 나란히 입대해서 전사했던 제레마이어 배로(Jeremiah Baro)와 제어드 허바드 (Jared Hubbard)였다.
이 고등학교에서 유독많은 전사자가 나온 것은 주민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애국심이라고 한다. 이 지역 아이들은 하나님과 조국, 의무,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환경 속에서 자란다고 전했다. 클로비스의 젊은이들은 앞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에서 성장한다. 그래서 뷰캐넌 고교의 스타디움은 베테란스 메모리얼 (Veteran`s Memorial)이라 불리며, 매주 금요일, 이 경기장에서 풋볼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은 꼭 이 학교 출신의 전사자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풋볼 경기를 응원하는 치어리더의 유니폼에는 별이 여섯개가 그려져 있다. 이라크전 이후 전사한 동문 여섯명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치어리더인 줄리 택스터 (Julie Thaxter)는 “치어리더 유니폼의 별은 이제 일곱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싸웠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기사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54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1582년(선조 15년) 12월, 율곡 이이는 병조 판서에 임명되었다. 국방의 대임을 맡아 노심초사하던 율곡은 그 이듬해 시급하게 해야 할 일들을 ‘6조계’란 글로 써 올리면서 국방 강화를 건의하였다. 그는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먼저 준비하여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라.” 라는 옛 말을 인용하면서 십만 양병설을 주창했으나, 정파의 이해득실에 휘말려 흐지부지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임진 왜란에 국가는 혼미에 빠졌다.
일본의 무한한 욕망에 조선도 서서히 한일 합방으로 막을 내렸다. 일제 강점기에는 힘없는 백의의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의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 말 한마디 못하고 그들의 성노예가 되었다. 이것이 모두 힘없는 탓에 치러야했던 어마어마한 댓가이다. 그러므로 군대는 상대방의 야욕을 꺾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강해야한다.
한국 교육 방송 (EBS)에 나온 한 여강사의 “군대는 죽이는 거 배우는 곳”이라는 발언은 강의가 재미있으라고 했다지만, 그 무책임한 언동으로 병역 의무를 신성하게 이행하는 모든 젊은이들을 나쁘게 매도했다. 이제 국회의원이든 강사든 누구든, 아무 자리에서나 생각없이 ‘재미로’ 내뱉는 말은 삼가야할 것이다. ‘생각없이 지껄이는 재미’에 지불해야할 댓가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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