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버지니아 주 법무장관 쿠치넬리는 주 경찰요원이 단속된 사람을 상대로 이민신분을 조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주 하원 의원 로버트 마샬의 질문에 공식적인 조언을 보냈다.
이 편지는 주 내의 경찰에게 이와 같은 단속을 하도록 직접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앞서가려고 하는 특정한 경찰관이 이러한 내용을 임의로 실행에 옮겼을 때에는 법무장관의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므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깊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편지에서 쿠치넬리는 법집행 공무원에 의해 다른 범법행위로 인하여 단속되었을 경우에는 그 법집행 공무원은 그 사람의 이민신분에 대해서 조사(investigate)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 애리조나 이민법을 소개했다. 즉, 어느 외국인의 이민신분의 유무의 결정권한은 ICE나 연방 법집행 공무원에게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연방형사범죄(federal crime)를 범하였다고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도 주의 법집행 공무원이 잠시 억류하여 질문할 수 있다고 하는 연방판례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민법의 위반이 연방 형사범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같은 판례가 경찰관의 이민신분에 관한 질문을 정당화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질문의 결과 근거서류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의심이 가는 사람에 대해서, 이민신분의 유무의 결정권한이나 적절한 전문지식이 없는 주 경찰이 모두 연방기관인 ICE에 넘긴다면 주 경찰이 연방정부의 업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쿠치넬리는 미 연방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종, 피부색 또는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민법 위반 이외의 다른 법규의 위반으로 단속된 사람에 대해서 무리하지 않다면 위의 조사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 애리조나 이민법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하게 다루기만 한다면 일정 범위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하는 논리는 근거 없는 것으로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인권보호를 위해 제정된 비엔나 컨벤션(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에서 정한 주정부와 로컬 정부의 관리는 체포된 외국인에 대해서 장기구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해당국의 영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체포된 사람들의 이민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본인이 외국인임을 밝히고 자국의 영사의 지원을 원하였을 때에 거절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며, 모든 체포자들에 대해서 이민신분을 확인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쿠치넬리의 이러한 해석은 입법을 통하여 주 내의 이민자를 규제하고자 하는 애리조나 주의 시도보다 훨씬 위험한 것으로서, 별도의 입법행위를 거치지 않고서도 당장에 모든 주 법규 위반자의 이민신분을 확인하여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연방정부에 인계하도록 주 경찰을 격려하는 것이다.
또한 행정법규인 이민법의 모든 위반자를 형사범죄인으로 취급하도록 주 경찰을 오도하고 있으며 마치 이민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경찰에 단속된 모든 사람에 대해서 무차별적으로 행해진다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인 듯이 왜곡하고 있다.
하물며 이와 동일한 효과를 정당한 입법절차도 거치지 않고, 서류미비자를 모두 형사범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해석이다. 인권을 제한하는 법규가 반드시 필요한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 법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그 법규는 위헌판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민법상의 체류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실제로 이것을 집행하고자 하면, 단속된 사람이 소지한 이민 관계 서류의 진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구금해야만 하므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인 구금의 사례가 빈번할 것이 예상된다.
쿠치넬리의 이 같은 의견은 법률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가 없어 정당하지도 않거니와, 이 의견을 누군가 실제로 집행하고자 시도한다면 당연한 결과로서 많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의 사건이 두 명의 정치인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고 일으킨 해프닝이 되기를 바란다.
우시영
변호사/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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