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의 여호와의 증인 (영어) 지역대회를 마치고 리치몬드를 출발한 때는 일요일 오후 4시반경이었다. 그곳 날씨는 화씨 107도 내외의 무더위였고 햇빛도 쨍쨍 그대로였다. 프레드릭스버그에 가까워졌을 때부터 바깥 온도가 85,6도로 무려 20도 이상이 내려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WTOP 뉴스가 잘 안 들리는 지역이라 DC 부근이 리치몬드 보다 덜 더운 곳이라서 그러려니 라고만 생각했었다.
북부 버지니아에 가까워졌을 때에서야 메릴랜드 근교에 큰 폭풍이 있어서 전기가 끊어진 집들이 허다하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었기에 발길을 돌려 그 근방 다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향하던 중 495 벨트웨이에서 들은 라디오 뉴스는 걱정스러운 내용이었다. 잠깐 동안의 폭풍에 뿌리 뽑혔거나 부러진 나무들이 전기줄을 망가트려 30여만 가구가 정전 상태일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주요 교차로의 신호등들마저 끊긴 상태라서 교통이 혼잡하니 조심하라는 경고였다. 실버 스프링 29번 도로의 일부가 막혔다고 해서 조지아 애비뉴로 나왔지만 교통 신호등의 고장 때문에 번잡한 거리를 통과할 때 소걸음 수준으로 간신히 집에 왔더니 우리 집 부근도 암흑 세상이었다. 2월 달 눈 사태 때문에 정전이 되어 며칠을 고생했던 때가 지겹게 회상되었다. 그 때 어항 속의 손바닥 크기만한 물고기가 얼어 죽어서 잔 물고기들을 사다 기르는 중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간신히 보이는 새끼들도 여러 마리인데 날씨는 덥지만 공기 정화 시스템이 안돌아가 산소 부족으로 죽지나 않을까 걱정마저 하게 되었다. 전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불편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었다. 냉방시설, 선풍기, 그리고 부엌의 모든 기계들이 전기가 없이는 무용지물이니 땀이 비 오듯 해도 그저 냉수욕으로 잠깐 잠깐 더위를 잊어볼 뿐 별도리가 없었다. 냉장고, 빙장고를 열었다가는 음식물들이 모두 상할까봐 겨울철 정전 사고 때 사서 썼던 개스 레인지만 사용하여 밥 한번을 끓여 먹었을 뿐 마른 음식 정도만 먹을 따름이었다. 우리 집에는 화요일 아침에 전기가 들어왔지만 어떤 지역은 목요일에나 그리되었다.
워싱턴 DC,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그리고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77만8,000여 가구와 사업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펩코의 직원들만 아니라 5개 주에서 온 기술자들이 불철주야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간신히 정상 상태를 회복했다지만 그 후유증은 당분간 느껴질 것이다. 식료품점에는 우유, 야채, 그리고 육류 등 많은 상품들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엄청난 양의 음식물들이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식당들도 상당한 손해를 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호흡 보조 기구나 기타 기구에 의존해야 하는 식구들을 가진 가정들이었다. 우리 집이 정전 중 산보를 하다 보면 이웃의 몇 집에는 자가 발전기가 통통통 돌아가는 소리와 아울러 전기불이 켜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하나 사서 냉·빙장고는 돌려야 될 것같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탓인지 전기가 회복된 다음에는 그 생각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정전 소동으로 전화, 팩스 등이 불통되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일거리가 적은 나는 대회에서 새로 발표된 ‘생명은 창조되었는가?’와 ‘생명의 근원’이라는 소책자를 읽는 호기회를 가졌다. 그 소책자들은 진화론이 입증된 과학처럼 간주되어오기가 100여년이 넘었지만 무생물에서의 생명의 자연발생과 진화는 사실이 아니라 이론에 불과하며 참 과학은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든 동물을 종류대로 창조하셨고 인간도 창조하셨다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는데 대한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소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Fundamentalists)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하루가 문자 그대로 24시간 길이의 엿새 동안에 지상의 피조물들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하루라는 표현이 아주 긴 기간을 망라할 수 있다는 점과 창세기 1장1절과 1장2절 사이에는 수십억 년이 경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지적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주의 한국어 대회에서는 한글 번역판이 발표될 것임으로 원하는 독자가 연락하시면 구해서 보내드리기로 한다.
예수께서는 거의 20세기 전에 지상에 계셨을 때 폭풍우도 꾸짖어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셨다(마태 14:24-32). 그것은 주기도문에 따라 하나님 나라(왕국)이 임할 때 예수께서 왕국의 왕으로써 질병과 사망 등 인간들의 모든 근본 문제를 해결하실 때 기후까지도 통제하실 수 있음을 예고편처럼 보여주신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속히 그리되어 하늘 상태와 같은 지상 낙원을 볼 수 있기를 갈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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