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화는 언제나 나를 울려요/ 내 님이 일을 해야 한다기에 나 홀로 영화를 보러 갔었죠….’
잔 로더밀크가 1961년 작사 작곡한 ‘새드 무비’(Sad Movies). 진솔한 마음이 담긴 노래를 수 탐슨이 소녀 같은 목소리로 불러 빌보드 차트 5위에 오르면서 숱한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던 올드 팝송이다. 노래는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며 귀가한 딸을 향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엄마에게 “영화가 너무 슬퍼서 울었을 뿐이에요”라고 답한 뒤 ‘슬픈 영화는 언제나 나를 울려요’라는 말을 여러 번 독백하는 것으로 끝난다.
인생은 때로 영화 같다. 누구도 쉽사리 예측할 수는 없었으리라. 출석교인 8,000여명으로 미주 최대 한인 신앙공동체인 남가주사랑의교회와 2대 담임으로 부임해 6년간 사역하며 많은 발전을 이루었던 김승욱 목사가 돌연 이별하게 될 줄은.
시작은 1년 넘은 시점부터 한국에서 바다를 건너온 이야기였다. “김승욱 목사가 부유한 교회로 이름난 한국 할렐루야교회 담임으로 간다더라.” 당연히 교인들은 믿지 않았다. 올 들어 다시 소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을 때도 그럴 리 없다고 여겼다.
10세에 이민 온 1.5세로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고(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로, 피곤할 때면 ‘기러기 엄마’를 ‘기저기 엄마’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2세들을 품는 사역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분립개척교회 6곳을 세웠을 뿐 아니라 직접 설교하는 영어 주일예배와 ‘3대가 함께 하는 토요 비전예배’를 시작했으며 사랑의 실천에도 적극 나섰다.
그러나 ‘갈 이유도, 갈 생각도 없다’던 올 봄 김 목사의 말과는 달리 루머 같던 소식은 지난 6월 결국 사실로 판명되었다. 교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섭섭함과 쓰라림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입맛을 잃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자녀와 손자손녀 등 12명이 다른 교회로 옮기겠다고 한다. 어쩌면 좋으냐”고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온 할머니도 있다. 지난 5월 김 목사가 미국 측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에베소 연합중보기도집회’에 동행했던 100여 교인들의 충격은 더 컸다.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에서 열리는 행사라 유서를 써놓고 떠났던 이들도 있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김 목사는 담임을 맡았던 4개 교회에서 평균 6년씩 사역했다)에 “교회가 기업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 다녀온 한 한인사회 리더는 “사회에서도 그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하더라”고 현지 교계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청빙의 성격상 비밀 유지가 불가피했었다 해도 김 목사가 일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초기에 사실을 인정, 교회가 겪을 어려움을 최소화하지 않은 점과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만 돌리고 별안간 닥쳐온 ‘실연’에 놀란 교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표하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더 큰 안타까움은 ‘이민 2세를 책임지는 교회’가 주요 비전인 사랑의교회가 22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자라 다시 교회를 책임질 만한 인재를 키우지 못한 데 있다. 그 결과 2002년 오정현 초대 담임목사가 서울로 간 뒤 겪었던 녹록하지 않은 청빙과정을 불과 8년만에 다시 통과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아무쪼록 많은 교회들이 벤치마킹하는 위치에 있는 사랑의교회가 겸손와 화합의 자세를 잃지 않는 가운데 다른 교회에 주는 아픔을 최소화하면서 새 담임목사를 초빙, 세상과 연약한 교회들을 위해 존재하는 ‘섬김의 공동체’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원한다.
또 교계는 앞으로 한인 교회를 한국 진출의 발판으로만 삼는 목회자가 아니라, 요셉, 다니엘, 에스더 같이 이방에 살면서도 위대한 신앙을 실천했던 성경 인물들을 모델 삼는 투철한 이민신학을 깨달은 목회자를 길러내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아울러 김 목사가 그를 보내는 이민교회가 부끄럽지 않도록, 부디 할렐루야교회에 오래 머물며 소외된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한국교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목회를 하기를 축복한다. ‘아이리시 기도문’(An Irish Blessing)의 한 구절을 빌려서. ‘너의 가는 곳에 길은 열리고/ 바람은 너의 등 뒤에서 불기를/ 햇살은 너의 얼굴에 따사롭게 부서져 내리고/ 단비는 너의 들판을 부드럽게 적시기를….’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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