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새 이민법을 저지하려는 7건의 연방소송 중 하나는 피닉스의 경찰관 데이빗 살가도가 제기한 것이다. 그의 주장을 쉽게 풀어보면 이렇다 : “교통위반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불법이민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면 그를 체포해야 한다는데 솔직히 피부 빛 등에 의한 인종 편견 수사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인종차별로 소송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검문이나 체포를 거부하면 법 시행을 안 한다고 소송당할 뿐 아니라 직무유기로 해고까지 당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이런 법은 폐기시켜 달라…”
법 시행을 하루 앞 둔 어제, 애리조나 이민법의 논란 많은 핵심조항들에 대해 발효를 중지시키는 법원 명령이 떨어졌다. 연방지법의 수잔 볼튼판사가 애리조나 주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연방법무성의 예비금지 명령 신청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36페이지 판정문 어디에도 ‘인종 프로파일링’이란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볼튼판사는 이법이 시행될 경우 “경찰이 합법거주 외국인을 잘못 체포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그들은 신분이 확인되는 동안 “자유가 제한당하는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전제한 후 “예비금지 명령을 통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연방법 소관사항을 주법으로 시행하도록 허용하는 것보다 덜 유해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실적으로 편견 없는 업무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살가도 경찰관의 고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까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민사회의 우려도 당분간은 해소된 셈이다.
휴- 다행이다. 이민자들에겐 마음 졸인 법정투쟁에서 얻어낸 귀중한 첫 승이다. 이민문제는 연방 소관이니 주정부가 섣불리,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라는 기본 사실을 재확인시키며 출발했으니 전망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더해 온갖 반이민 강력단속법안을 준비해놓고 애리조나 소송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수십개 지역정부들에게 자중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임시 시행중지 정도로 전국에서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는 찬반논쟁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앞으로 법정에서,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표밭에서 이민단속을 둘러싼 감정적인 대결은 오히려 더욱 팽팽해 질 것이다. 불법이민 문제로 골치를 앓고있는 애리조나의 입장이 여론의 전폭 지지를 받을 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 발효금지당한 핵심조항은 4가지다 - 첫째, 경찰이 다른 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불법이민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경우 제지, 억류, 체포 등을 통해 체류신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등록 서류를 소지안하면 범죄에 해당한다. 셋째, 불법이민의 구직과 취업도 범죄다. 넷째, 불법이민으로 의심되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이 조항들은 그런데 연방법에 이미 명시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연방법을 연방정부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 불법이민이 급증하고 그 피해를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는 우리가 몽땅 뒤집어쓰고 있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서 시행을 돕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 잰 브루어 주지사, 법안 작성자인 러셀 피어스를 비롯한 주의원들, 체포한 불법이민을 수용할 텐트 구치소까지 마련한 쉐리프 조 알파이오 등 애리조나 공화당 강경파들이 새 이민법의 필요를 주장하는 근거다.
악명이 높다 해도 애리조나 이민법 SB1070은 갑자기 튀어나온 급조법안은 아니다. 불법이민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누적되면서 몇 년의 진통을 거치며 다듬어진 끝에 주의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었고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왔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법원 명령직후 브루어 주지사는 끝까지 투쟁할 것부터 재천명했다.
중지된 4개의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가지만 논란 요소가 별로 없어 김이 빠진 상태다. 10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 찬반 시위대, 전국에서 모여든 취재진들로 펄펄 끓던 애리조나의 열기도 이번 주를 지나며 차츰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길고 지루할 법정투쟁, 본격적인 위헌 소송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연방지법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든 진편은 곧장 항소법원으로 달려갈 것이고 결국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이다. 요즘처럼 확실한 보수우파로 자리 잡은 로버츠 대법원이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줄지는 글쎄, 낙관하기 힘들다.
결국 미국의 이민정책을 합리적으로, 인도적으로 바로잡는 일은 연방의회의 몫이다. 그런데 의회는 아직 포괄적 이민개혁을 위한 법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친이민으로 자타가 공인했던 존 매케인까지 등 돌린지 오래이니 이민법에 관한한 공화당엔 희망을 걸기 힘들다. 애리조나 이민법 지지율 60%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도 꼬리 내리기 바쁘다. 그들을 향해 피닉스의 한 주민이 이렇게 말한다.
“여론의 정서만 따라갔다면 여성의 참정권도, 흑인의 민권도 아직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 그의 호소가 의원들의 잠자는 사명감을 깨워줄 수 있기 바란다.
박 록 /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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