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숙, 김영강, 정해정, 이정아, 박유니스. 모두 남가주 한인 문단에서 잘 알려진 여성 문인들이다. 활동이 많거나 떠들썩해서 잘 알려진 것이 아니라, 반대로 별로 나대지 않으면서 글 쓰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을 보여 온 모범적인 문인들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 다섯 문인이 공동문집을 냈다. 제목이 ‘참 좋다’라고, 보는 사람마다 “정말 참 좋다”고 흐뭇함과 부러움 섞인 칭찬과 격려를 전하게 되는 책이다. 표지에 ‘재미작가 오색필의 5인작품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말 그대로 다섯 색깔의 필자가 정성껏 그려낸 오색영롱한 작품집이다.
9월 출판기념회
아동문학가(정해정), 소설가(윤금숙 김영강), 수필가(이정아 박유니스)로, 각자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이들은 위 아래로 나이차가 15세나 나지만 세월의 턱을 전혀 느낄 수 없으리만치 좋은 친구요 문단 동료이며 인생 선후배로 마음과 문학과 시간을 나눠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정아(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씨와 정해정(글마루 회장)씨가 주축이 되어 시작된 모임으로, 11년 전 ‘재미수필’이 창간됐을 때 윤금숙씨가 이를 통해 등단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여기에 윤씨와 대학동창이며 한글학교 교사 동료인 김영강씨가 합류했으며, 박유니스씨는 가장 늦게 3년 전 조인하여 이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마음이 잘 맞고 생각도 비슷해서 친하게 지내다가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글공부를 하기 시작한 건 6년쯤 됩니다.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 돌려보고 각자 글 쓴 것을 가지고 와서 함께 읽어보고 평해 주며 글공부를 했지요. 그러다보니 서로 생일도 챙겨주고, 누가 원고료 받았다 하면 밥 사면서 또 만나고, 경사 있을 때마다 친목 겸해서 만나느라 한 달에 두세 번씩 모여 글공부를 했습니다” 다섯 사람이 한 달에 두세 번씩 만나 글공부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문단에 있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함께 책을 내자는 이야기는 1년 전쯤 나왔다. 서로 글의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장르가 다르니 재미있는 공동문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다섯 명 중 두 명-이정아(‘낯선 숲을 지나며’‘선물’)씨와 정해정(‘빛이 내리는 집’)씨는 자기 책을 낸 적이 있지만 나머지 세 명은 한 번도 책을 낸 적이 없어서 이참에 큰 부담 없이 작품을 모아보자는 공감대도 있었다.
그렇게 원고를 묵고 보니 한 사람이 낸 책의 단조로움과 지루함은 없으면서 다섯 명 각자의 작품은 양이 충분하게 들어가 오히려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이 됐다고 일동은 자랑한다. 정해정씨는 20편의 시와 2편의 동화를, 이정아씨와 박유니스씨는 각각 18편과 12편의 수필을, 김영강씨와 윤금숙씨는 2~3편의 단편소설을 이 책에 담았으니 남가주 여류 문인들의 알짜배기 작품들만 골라 읽게 되는 책이다.
“내 책을 냈을 때는 첫 애 출산하는 것처럼 멋모르고 냈는데 공동문집이 나온 것은 다섯 배나 더 기쁘고 보람 있다”(정해정)
“작품을 많이 써 놓았지만 발표 못한 것이 많아서 책 한 권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섯이 함께 내고 보니 내 책을 낸 것보다 더 좋다. 앞으로는 목적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쓰겠다”(김영강)
“책들을 많이 내지만 개인 만족일 뿐 읽히지도 않는 책이 많아서 나만은 안 내려고 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다섯 명이 같이 내니 참 좋다. 많이들 읽어주면 좋겠다”(윤금숙)
“세 번째 책 안 내느냐는 이야기를 계속 듣던 중 적당한 시점에 동인집이 나왔다. 앞으로는 개인 책보다 이런 식으로 발표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해외동포 작가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추세인데 미주 작가들의 수준을 골고루 보여주는 좋은 책을 계속 내고 싶다”(이정아)
“처음 발표하는 글들이라 조심스럽고 설렌다. 등단한 지 얼마 안 돼서 개인 책을 내기는 시기상조였는데 이렇게 같이 출간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박유니스)
이 다섯 글 친구는 ‘참 좋다’의 출판기념회를 9월 중 개최할 계획이다.
<정숙희 기자>
공동문집 ‘참 좋다’를 출간한 LA 문인들. 오른쪽부터 윤금숙, 김영강, 정해정, 이정아, 박유니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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