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은 국내외적으로 지대한 파장이 야기됐다. 내적으로는 6.2지방선거를 의식한 서울 정부가 미완성 천안함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다. 과거 군사정권의 전유물인 ‘북풍’이 재연됐다며 국민들은 이를 완강하게 저항하기에 이르렀다. 이 ‘천안함발 북풍’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 6.2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에 내려졌다. 천안함 사건이 국제화됨으로써 한반도는 주변 열강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각축전을 벌이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바꿔 말하면, 신냉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편 5월 20일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이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북강경책을 발표하고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을 발표하고 나섰다. 북쪽도 상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제 한반도 상공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지원과 영향으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규탄과 제재를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합조단 발표를 유엔 안보리로 끌고 갔다. 이미 캐나다에서 개최된 G8정상회담에서 쓴잔을 마신데 이어 또다시 안보리에서도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영향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서울 정부는 미국의 예속 정권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서울 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러와의 관계를 악화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바꿔 말하면, 미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말이다.
천안함 사건을 한·미가 공모했건, 불행한 사고였던 간에 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를 계기로 큰 재미를 톡톡히 볼 심산이었음은 분명하다. ‘북의 소행’으로 몰아, 북한의 호전적 도발을 과장 확대함으로써 미국은 정·경·군 전반에 걸친 온갖 이권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일본 오끼나와 미군기지 철수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천안함 사건을 통해 미국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 하겠다. 실제, 미국은 예상 이외로 큰 재미를 본데 반해, 서울 정부는 얻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잃어버리기만 했다. 우선 6.2 선거에서 ‘천안함발 북풍’에 대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이 내려졌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유엔무대로 끌고 간 천안함 외교도 국제적 조소거리가 됐고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안보리가 북한에 엄한 벌을 내려줄 것을 간청했으나, 돌아온 것은 ‘조속한 직접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의 현안 해결을 권장’한다는 것이었다. ‘혹 뗄레다 혹 붙인 격’이라 하겠다.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면,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를 통해 일단락 됐으니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할께 아닌가. 안보리 의장성명의 핵심은 바로 남북대화를 즉각 실시해서 우리 민족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는 권고사항인데, 아전인수로 합조단 발표 일부가 의장성명에 들어 있어 성공했다고 우쭐댄다. 의장성명을 존중한다면 당연히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자세가 절실히, 즉각 요구된다. 그런데 국고를 탕진하면서 북·중·러를 자극하는 데에 쾌감을 느끼고자 미 항공모함을 끌어들여 ‘무력시위(Show of Force)’를 벌리겠다고 한다. 이러다간 한반도에서 주변열강들의 싸움이나 붙이는 미국의 똘마니로 몰리지나 않을는지 심히 염려가 된다. 천안함발 북풍에 결정타를 안긴 현명한 국민이 ‘무력시위’엔 어떤 심판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서울 정부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권 유지와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지만, 연전연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도 국민의 뜻을 거역한 때문임을 곧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 주변의 대북강경세력이 제거되지 않고는 남북관계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들도 ‘민족문제 해결’만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수단임을 조만간 터득할 것이다. 다가오는 2012년 대선의 최대 쟁점은 남북관계 복원이 될 것이다. 이를 선점키 위해 집권세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진보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최대 무기일 뿐 아니라 국민의 절절한 염원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불가피하게 떠밀려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아름답게 보인진 않지만, 아무튼 민족의 평화번영을 위한 올바른 길이기에 찬사와 격려를 받아 마땅하다. ‘3차 정상회담’은 조속히 그리고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 길 외에는 다른 출구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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