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내용에는 외부 어뢰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 되었다는 문안과 그러나, 그 어뢰 공격이 북한(해군)에 의해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문안도 들어 있어 공격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그 문안들은 어정쩡한 내용이 되고 말았다.
이런 의장성명이 발표 되자마자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중국의 성명에는 실제로 ‘긴장 완화’라는 문안이 들어있지만, 거기에 들어 있지 않는 또 하나의 ‘가상적 문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그것은 바로 천안함을 폭파 시키고도 이를 완강히 부인하는 북한의 주장을 중국이 감싸고 있는 ‘진실 은폐의 문안’ 일 것이다. 한·미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을 공격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절대 안 되지”라고 북을 끝까지 옹호 하면서 안보리 상임 이사국 멤버로서 자기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양보도 별로 없었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부 지역에 접해있고,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음으로 지정학으로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다. 그러니 북은 중에 의존 하게 되고, 중은 북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북·중의 군사적 동맹관계도 있다. 한·미가 북에 어떤 제재를 가할려고 해도 이와 같은 ‘중국의 벽’으로 제한을 받게 된다. 그 예 하나가 안보리에서 천안함 진상을 다루는 과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남한은 이 천안함 사건으로 선체파괴의 손실은 물론 고귀한 46명의 수병을 잃는 뼈 절인 체험을 하게 됐는데 그 사건의 책임을 이제는 누구에게도 묻지 못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바로 중국의 입김으로 어정쩡하게 만들어진 의장성명 내용이 그런 처지를 오게 한 것이다. 한·미는 북한 소행이라고 강하게 믿지만 의장 성명에는 북한을 지칭을 안했으니 북한 자신이 인정하고 그것을 사과 하지 않는 한 북한 책임이 면제된 셈이다. 하여간 북한이 남 몰래 하고도 딱 잡아떼니 이번에도 KAL, 아웅산 사건 때처럼 또 다시 북에게 당한 꼴이 되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도 “남한이 북한에 한 방 맞고도 꼼짝 못하게” 되었다고 평했다.
이번 의장성명 후 북한은 새삼스럽게 자기들이 1년 반 이상 미뤄 오던 6자회담 재개를 갑자기 거론하기 시작했다. 북이 6자회담을 다시 열자는 의도는 그 회담 재개를 통해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천안함 사건을 희석시키고, 그 다음은 북의 핵 문제를 흥정의 무기로 삼고 자기들의 주장을 펴가면서 한·미·일로부터 얻어 지는 것을 챙겨 보기도 하고,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정립해 보자는 의도이다.
북은 천안함 대응 때처럼 앞으로 6자회담에서도 중·러가 후견인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러시아는 사건 조사단을 파견, 조사까지 벌였지만 아직까지 북을 공격자라는 것을 명시도 안하고, 중국은 아예 조사단도 파견 안했으니 중·러가 북의 후견자임이 증명 되었다. 그렇다고 한·미가 천안함 사건으로 마냥 6자회담 재개를 거부 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한·미는 북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지 않는 한 6자 회담 참석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언제고 그 회담이 열리면 참석은 할 것 같다. 하여간 의장성명 후 시기적절하게 6자회담이니, 평화회담 같은 것을 들고 나오는 북은 노련한 전술가이기도 하다.
북이 천안함 침몰 공격 같은 것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도록 한·미가 북에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7월 25일 시작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입으로 경고문을 쏘아댔고, 북한도 입으로 “전쟁불사”라는 극단적인 용어로 ‘공포(空咆)’를 쏘아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론 북한이 한·미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은 못 된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이런 ‘입의 경고문’ 때문에 계획된 한·미 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또 연기했다면 중국과의 기 싸움에서 진 꼴이 되었을 것이다. 계획된 훈련을 그냥 밀고 나가 결국 중국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게 된 것이고 아울러 군사력의 위력도 보여준 셈이다. 하여간 대규모적인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그것이 중국보다는 북의 ‘도발 방지용’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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