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폭격하라. 그 길만이 오바마 정권이 회생하는 길이다.” 지난 2월께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율급락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을 때 대니얼 파이프스가 편 주장이다.
미국인 대다수가 이란 핵시설폭격을 지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실시된 주요 관련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폭격 지지율은 58%에 이른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라는 것이 파이프스의 주문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같은 무렵 앤 애플바움도 경고에 나섰다. 미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이란 폭격을 주도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다.
경제문제에, 헬스케어개혁에 ‘올인’ 하다시피 했다. 그런 어느 날 ‘새벽 2시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진로는 결정적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애플바움의 경고였다. 그 전화는 이스라엘 전폭기가 이란 핵시설 공격에 들어갔다는 통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대비가 돼 있는가 하는 것이 그녀가 던진 질문이었다.
이 둘은 다 매파로 불리는 논객이다. 이들의 주장은 그러므로 항상 그런 우파의 쓴 소리로 정도로 치부됐었다.
그리고 나서 5개월 후 이란 공격 임박설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타임의 조 클라인, CIA 출신의 마크 게러흐트, 그리고 월터 러셀 미드 등이 잇달아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나 같이 중도로 분류되는 논객들이다. 게다가 클라인의 경우 부시의 힘 우위 외교정책에 비판을 가해왔던 인물이다. 그런 그들이 미국의 이란공격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 공격에 가장 강력한 제동장치 역할을 해온 것은 펜타곤이었다. 그 이란 공격 불가론의 한 가운데 있어온 인물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이란문제에 대한 그 게이츠의 수사가 호전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서 클라인은 이란공격 임박설을 풀어가고 있다.
미국 군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광범위하게 구축된 인적정보망을 통해 공격 타깃이 될 이란 핵시설소재지를 상당히 파악한 것으로 정보당국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결코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미군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점들도 미국의 이란공격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요인들로 클라인은 지적했다. 그리고 아랍권에서 형성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반(反)이란 동맹’에도 주목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공식적으로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원하고 있다.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일반적 정서다. 미국주재 아랍토후국연맹 대사가 일전에 한 발언은 그 같은 아랍 국가들의 바로 그런 속내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란 공격과 함께 아랍 세계는 일대 혼란을 맞을 것이다. 원유가가 폭등하고, 테러공격이 잇달고, 소요가 끊임없는 등. 그러나 그런 혼란과 핵무장을 한 이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서슴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폭격을 명령한다면 이는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다는 윌슨주의자 입장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이번에는 미드의 주장이다.
오바마가 이상(理想)으로 그리고 있는 세계는 유럽연합(EU)의 확대판인 지구연합(GU)이다. 그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국제적 협약이다. 국가의 주권은 존중된다. 그러나 국제협약, 국제법, 관행 등이 우선적으로 준수됨으로써 세계평화와 문명질서가 유지되는 세계를 꿈꾼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란의 핵무장은 미국의 이해에 위해가 된다는 측면도 있지만 윌슨주의자로서 오바마의 아이디어와 이상과도 상치된다. 핵 없는 세상, 협조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오바마의 꿈을 짓밟는 것이 이란의 핵무장이다.
그런 상황을 오바마는 과연 용인할 것인가. 미드에 따르면 답은 단연 ‘노우’다. 이란과의 충돌은 따라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우드로우 윌슨은 평화를 주창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함으로써 미국을 전시체제로 전환시키고 연합군 측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무엇을 말하나. 윌슨주의 국제사회 이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공격적 군사 조치는 결코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시선은 한반도에 멈추게 된다. 그리고 한번 상상을 해본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던 오바마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다.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이란의 핵시설이 초토화되고 그 와중에 회교혁명정권도 무너진다. 생각보다 그 체제는 허약했던 것이다.
하루아침 중동의 정치지도를 바꾼 전쟁의 파장에 마지막으로 남은 ‘악의 축’은 경악 속에 빠져든다. 중국조차 두려움에 떤다.
군사조치를 배제 않는 윌슨주의. 이는 한반도 상황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새삼 던져보는 질문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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