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재계와 경영대학원 교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애플일 것이다. 애플은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영역 ‘판깨기’의 선두주자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삼성과 LG,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의 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단말기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일거에 통신시장 초강자로 부상했다.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제품 자체적으로도 전화기에 컴퓨터와 카메라, 인터넷 모바일 기능을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전문직들만 주로 사용했던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기업영역 판 깨기의 선두주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전화기는 전문 단말기 제조사만이 제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케이스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에 힘입어 애플 주가는 최근 불거진 아이폰 4 수신문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그래도 1년 사이에 100달러 이상이 오른 주 당 250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그치지 않고 TV에 인터넷 모바일 기능을 접목시킨 스마트 TV인 일명 ‘아이TV’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플에 뒤질세라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TV를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는 인터넷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 TV가 올해부터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2013년에는 전체 평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남가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가전업체 ‘비지오’(Vizio)는 최근 몇 년간 가전업체에서 폭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대만 출신의 기업가 윌리엄 왕이 불과 7년 전인 2003년부터 LCD TV를 팔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비지오는 매년 세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 지난해 매출이 무려 25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LCD-TV 592만대를 출하, 시장 점유율 18.7%를 차지하면서, 기존 1위였던 삼성을 밀어내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지오는 2003년 당시 가전업체로는 드물게 코스코에 입성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올해 매출 30억달러를 예상하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비지오의 총 종업원은 아직도 200명이 안 된다.
삼성과 LG, 소니와 파나소닉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개발, 마케팅, 제조 인력 등으로 수만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비지오는 모든 개발과 제조를 대만과 중국 업체들에게 맡기고 철저하게 경영과 관리만을 하는 새로운 제조방식으로 생산단가를 줄이면서 엄청난 기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비지오는 경쟁업체에 비해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경우 거대 경쟁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신규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경영대학원 교실의 좋은 케이스 스터디이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깨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가와 기업도 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기업가 제임스 다이슨(63)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127년간 이어 온 고정관념을 깼다. 지난해 출시된 그 유명한 ‘날개 없는 선풍기’(제품명 에어멀티플라이어)는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발명품’에 선정됐다. 다이슨은 109년간 지속돼 온 청소기에는 먼지봉투가 있어야 한다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깨고 먼지봉투가 없는 ‘다이슨 청소기’를 출시, 본산지인 미국에서 출시 후 3년만인 2005년에 기존 1위 업체인 ‘후버’사를 밀어냈다.
한인사회만 봐도 주류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카드 프로세싱 분야에 진출, 전국 16위, 연간 27억달러의 프로세싱 거래를 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뱅크카드서비스’, 미 전국 상업용 냉장고와 냉동기 시장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터보에어’, 지난해 연매출 23억달러로 여성 소매의류의 초강자로 성장한 ‘포에버 21’ 등이 주류기업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인 기업들이다.
필름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한 디지털 카메라, 앞으로 개솔린 자동차를 상당 부분 대체할 전기 자동차, 단순 전화기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카메라와 전자수첩 기능 등을 접목한 스마트폰 등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기술 개발과 진화가 빠른 현대 사회는 안주하고 있는 기업과 기업가에게는 위기이지만 창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과 기업가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기업과 기업가들도 개혁과 개발을 통해 신규 기업 못지 않게 제2의 애플과 비지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성공은 고정 관념을 과감히 깰 수 있고 기업의 영역을 깰 수 있는, 역발상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의 몫이다.
조환동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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