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수나 국제적인 대학평가에서 미국은 항상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고등교육 수준이 높다는 의미인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미국에 와 있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다.
나는 미국 대학들의 높은 국제화 수준이 그 원인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60만명 정도의 외국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세계 각지에서 학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또 미국은 외국에서 모여든 두뇌를 활용하기로도 유명한 나라이다.
대학의 국제화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유학생, 외국인 교수, 방문학자 수가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재학생 3만5,000여명 중에 외국국적 유학생이 2,700여명, 외국국적 방문학자가 2,800여명(2009년 통계)이 되는 UC버클리는 동아시아의 어느 대학들보다도 국제화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만큼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니 대학의 강의가 활기를 띄게 되고 다양한 사상과 가치관이 수시로 교류하게 된다.
동아시아의 대학들에서도 국제화는 주요 화두이다. 우선 각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명문대학들은 해외 우수인재의 유치와 대학의 국제평가를 높이는 수단으로 유학생을 적극 받아들이고, 보통 수준의 사립대학들은 학생 수 충원 차원에서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유학생들에 대한 특혜조치를 취하고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나라에 대학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근년 일본의 외국 유학생 수가 10만명, 한국의 외국 유학생수는 3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세계적인 중국어 학습 붐 덕에 2008년 22만명이 넘는 외국유학생을 받아들이면서 세계 유수의 유학생 수입국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의 경우, 유학생의 국적을 보면 현저한 편향이 존재한다. 일본에서 외국유학생의 80% 이상이 중국, 대만, 한국에 집중해 있고, 한국에서는 유학생의 다수가 중국출신이라 한다.
중국의 경우 외국 유학생의 국적이 한국, 일본,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중국어 연수만이 아니라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밟는 유학생은 한국, 일본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미국 대학들의 유학생 국적이 다양한데 비하면 현저한 대조가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미국 대학들의 교육수준이 높다는 요인 외에 영어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영어가 국제공용어인만큼 비영어권 출신도 영어권에 유학하면 언어적인 장애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런데 중국, 일본, 한국으로 유학할 경우, 해당국가의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는 힘든 과정이 있다. 동아시아의 대학들이 세계에서 널리 유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 바로 이런 언어적 장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어는 해외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대학들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인 대학랭킹 평가에서 홍콩이나 싱가폴 대학들의 평가가 중국, 일본,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이들 대학이 영어로 강의를 하고, 영어로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인 평가기준에 보다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일본, 한국의 명문대학들도 영어강의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100% 영어로 강의를 시도하는 대학도 있고, 학부나 전공에 따라 100% 영어강의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동아시아의 대학들 사이에서는 학생들 간 상호교류 프로그램도 영어로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사회에서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자를 매개로 한 필담이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영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대학의 영어강의를 늘리고, 국제사회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학문적인 대화를 나누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동아시아 대학들의 발전을 위한 대책이라 할수 있다.
김광림 / 니가타 산업대학 UC버클리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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