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하이젠, 순풍에 12언더 단독선두
전날 선두 맥킬로리, 강풍에 38위 추락
우즈 15위…정연진 공동6위 돌풍·양용은 22위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얌전했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305야드)가 마침내 ‘이빨’을 드러내자 제139회 브리티시오픈은 하루 만에 ‘버디 파티’에서 ‘서바이벌 테스트’로 돌변했다.
16일 벌어진 대회 이틀째 2라운드 경기에서 전날 7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2위로 출발했던 남아공의 무명 루이 웨스트하이젠(27)은 이날 5타를 더 줄여 12언더파 132타로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라운드를 마쳤다. 50세의 노장 마크 칼카베키아도 역시 5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137타로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들이 라운드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40마일에 달하는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그때까지 2라운드를 마치지 못했거나 시작도 하지 못한 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버티기’에 나서야 했다. 그린은 물론 페어웨이에 놓인 볼까지도 바람에 날려 움직이는 상황이 오자 조직위원회는 대회 12년만에 처음으로 강풍 때문에 약 한시간여동안 경기를 중단했다가 재개했으나 그 이후에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고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날아간’ 선수들이 속출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바로 하루 전날 9언더파 63타의 메이저리그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기세 좋게 출발했던 노던 아일랜드의 ‘골프천재’ 로리 맥킬로이(21)였다. 전날 화창한 날씨 속에 버디 7개와 이글 1개를 쓸어 담았던 맥킬로이는 이날 단 1개의 버디도 없이 보기 6개와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 전날보다 무려 17타나 늘어난 8오버파 80타를 쳤고 2타 앞선 단독선두에서 11타 뒤진 공동 38위까지 수직 추락했다. 전날 66타로 출발했던 장타자 잔 데일리도 4오버파 76타로 뒷걸음질, 3위에서 공동 28위로 밀려났다. 노장 탐 왓슨은 “어제 발가벗은 채 나섰던 올드레이디(올드코스)가 오늘은 복싱글러브를 끼고 나와 온 힘을 다해 우리를 두들겼다”고 표현했다.
결국 뒤늦게 출발한 선수들이 추격은커녕 선두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은 것은 감사히 여겨야 할 상황을 맞은 덕에 일찌감치 라운드를 마친 웨스트하이젠은 1위를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 2위 칼카베키아에 무려 5타차 리드를 안고 반환점을 돌게 됐다. 메이저대회 중간지점에서 5타차 리드는 지난 1982년 브리티시오픈이후 가장 큰 것이다. 역시 비교적 바람이 잠잠했던 오전에 플레이한 칼카베키아가 웨스트하이젠에 5타차 2위로 나섰지만 그보다는 그에 1타 뒤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3위에 오른 리 웨스트우드와 폴 케이시 두 영국선수가 웨스트하이젠의 주말 독주를 견제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벌어진 마지막 두 번의 브리티시오픈에서 합계 13타차로 우승했던 타이거 우즈는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시간에 경기를 시작했음에도 1오버파 73타로 선방, 합계 4언더파 140타로 공동 15위 그룹에 남아 사상 최초의 세인트앤드루스 3회 우승 희망을 유지했다. 우즈는 이날 1, 2번홀에서 연속 스리펏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5번과 9번홀 버디로 손실을 회복했고 후반들어 13, 15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18번홀에서 환상적인 티샷에 이어 이글을 아깝게 놓쳤으나 버디를 챙겨 상승세를 유지했다. 우즈는 경기후 “8타 뒤져있지만 괜찮다. 오늘 같은 날은 아예 경쟁에서 탈락하기 십상인데 잘 버텨서 상당히 좋은 라운드를 만들어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세계 2위 필 미켈슨은 오전에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이븐파 144타로 공동 46위에 오르며 주말라운드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한인선수들 가운데는 브리티시아마추어 챔피언인 정연진(20)이 17번홀까지 버디 3,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합계 5언더파로 공동 6위에 나서는 기염을 토하며 ‘아마추어 돌풍’을 이어갔고 양용은은 2타를 잃고 공동 22위로 밀려났다.
<김동우 기자>
강풍에 우승 꿈이 날아가버린 로리 맥킬로이가 원망스러운 듯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AP)
5타차 단독선두로 반환점을 돈 남아공의 무명 루이 웨스트하이젠. (AP)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