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아침 일찍 티오프한 덕분에 ‘버디파티’
메이저 최소타(-9) 타이기록 세우며 단독선두 출발
데일리(-6)·우즈(-5) 탑10 출발
양용은(-5) 8위·정연진 17위
하루 밤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북해의 강풍과 차가운 소나기라는 ‘험악한 이빨’을 드러냈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305야드)가 불과 하루 뒤인 15일 1라운드에선 ‘갓 시집온 새색시’로 돌변했다.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 덕에 특히 오전반으로 일찍 티오프한 선수들은 대회 첫 날 ‘무장해제’ 당한 올드코스를 상대로 신나는 ‘버디 파티’를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반면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한 오후에 1라운드를 시작한 선수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하늘을 원망해야 했다.
15일 특히 오전에 경기한 선수들에게 세인트앤드루스는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전날의 험악한 날씨로 인해 험난한 테스트가 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무색하게 이날 아침 세인트앤드루스는 바람 한 점 없이 얌전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맞았고 선수들은 저마다 ‘버디 사냥’에 열을 올렸다. 특히 최고의 다크호스 우승후보인 노던 아일랜드의 ‘차세대 황제’ 로리 맥킬로이(21)는 이날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인 9언더파 63타의 맹타를 뿜어내며 2타차 단독선두로 치솟아 첫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뛰어들었다.
이어 루이스 오스투이젠(남아공·65타)이 2타차 2위를 달렸고 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잔 데일리 등 5명이 66타로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다. 세계 1위인 타이거 우즈도 5언더파 67타로 양용은, 리 웨스트우드 등과 함께 4타차 공동 8위를 달려 선두권 출발을 끊었다.
양용은은 늦게 티오프했음에도 불구, 버디만 5개를 골라내는 깔끔한 라운드로 공동 8위에 올라 9명의 한인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브리티시 아마추어 우승자인 정연진이 4언더파 68타의 뛰어난 성적으로 공동 17위로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60대 타수를 친 선수가 45명, 언더파를 친 선수가 73명에 달했고 평균타수도 71.75로 언더파였다.
그럼에도 이런 쉬운 조건을 맥킬로이만큼 완벽하게 살려낸 선수는 없었다. 전반 3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8번홀까지 조용하게 파 행진을 이어가던 맥킬로이는 352야드짜리 파4 9번홀에서 티샷을 홀 15피트 옆에 붙인 뒤 이글펏을 성공시킨 뒤 기세를 살려 맹렬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계속해 10, 11, 12번홀에서 줄버디를 엮어 올린 맥킬로이는 14, 15번홀에서도 버디를 솎아냈고 17번홀에서 5피트 버디펏을 놓쳤으나 18번홀에서 마지막 버디를 잡아내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인 63타를 적어냈다.
경기 후 그는 “오늘 아침처럼 바람이 없는 날은 처음이다. 세인트앤드루스가 오늘처럼 쉬운 날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면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벌어진 오픈챔피언십에서 거둔 것이라 생애 가장 특별한 결과일 것”이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맥킬로이가 라운딩을 끝내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코스에는 북해의 강한 바닷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오후반 선수들은 오전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 첫날 공동 8위까지 16명 가운데 오후반으로 경기한 선수는 피터 핸슨과 브래들리 드레지(이상 66타), 양용은과 리 웨스트우드(67타) 등 4명뿐이었다.
웨스트우드는 “오전반과 오후반의 차이는 엄청났다. 세인트앤드루스가 오늘 아침처럼 얌전한 적이 없었다”면서 “내일 아침엔 우리가 혜택을 봤으면 좋겠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역시 오후반으로 나선 필 미켈슨은 13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유일한 버디를 잡아 1오버파 73타, 공동 97위로 첫날을 마친 뒤 인터뷰도 거부하고 코스를 떠났다. 역시 오후 늦게 출발한 최경주는 변덕스런 날씨의 희생양이 됐다. 버디 1개에 그치고 보기 3, 더블보기 1개로 4오버파 76타를 친 최경주는 공동 134위까지 밀려나 2라운드에서 대반격이 없는 한 컷 통과가 힘들 전망이다.
<김동우 기자>
노던 아일랜드의 탑 ‘영건’ 로리 맥킬로이는 첫날 9언더파 63타의 신들린 맹타를 휘두르며 2타차 단독선두로 출발했다. (AP)
올해 웃을 일이 별로 없었던 타이거 우즈도 이날은 9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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