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은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로 펼쳐진다.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했던 베르트 판마르베이크(58)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과 전문 수비수 출신인 비센테 델 보스케(60)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지략 대결이 관건이다.
네달란드는 준결승전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12골(5실점)을 몰아쳐 독일(13골)에 이어 다득점 2위에 올라있다. 반면 스페인은 독일, 파라과이, 포르투갈을 모두 1-0으로 따돌리는 등 6경기에서 7골(2실점)의 딱 이길 만큼만 골을 넣는 ‘실리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두 감독을 비교하자면 델 보스케는 판마르베이크보다 2살이 많은 형뻘이지만 프로 데뷔(1969년)와 대표팀 데뷔(1975년)는 둘이 똑같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리그에서만 뛰면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맡았던 평범한 선수였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1970~1984년까지 312경기(14골)에 나가 뛰면서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82년 MVV 마스트리흐트 유소년팀 감독을 맡으면서 사령탑에 데뷔한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보르시아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맡았던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팀이 중위권에 머물자 2007년 페예노르트로 돌아와 이듬해 KNVB(네덜란드축구협회)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고, 2008년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네덜란드 축구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결정력 완성에 공을 들였고, 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웨슬리 스나이더(인터밀란·5골)를 파상 공세의 선봉으로 삼으면서 경기당 평균 2골(경기당 평균 0.83실점)의 뛰어난 득점력을 완성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6경기 동안 터트린 12골 가운데 페널티지역 내에서 7골을 넣고 중거리슛으로 5골을 만들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골을 만드는 위협적인 팀이 됐다.
네덜란드는 예선과 본선을 합쳐 14연승의 절정 상승세를 타고 32년 만에 다시 결승무대에 올랐다.
이에 맞서는 델 보스케 감독은 준결승전에서 철저한 미드필드 장악을 통해 독일의 공격진을 잠재우면서 1골차 승리를 맛봤다. 수비수 출신답게 허리를 강조한 4-2-3-1 전술로 스페인의 80년 만의 결승 진출을 만들어냈다. 경기내용에서는 훨씬 큰 차이가 났다며 “1-0 압승”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
1994년과 1996년에도 잠깐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을 맡았던 델 보스케 감독은 1999~200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2000-2001시즌, 20002-2003시즌)과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999-2000시즌, 20001-20002시즌)의 성과를 내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이후 터키 베식타스의 지휘봉을 잠시 잡았던 델 보스케 감독은 잠시 야인생활을 하다가 유로 2008 우승을 이끈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뒤를 이어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델 보스케 감독은 호안 캅데빌라-카를레스 푸욜-헤라르드 피케(바르셀로나)-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으로 6경기에서 단 2골만 내준 완벽한 수비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가 다소 불안해 보이는 네덜란드와 1-0 승리만 거듭하고 있는 스페인. 둘 중에 누가 무관의 한을 풀지 궁금하다.
공격수 출신
판마르베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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