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으로 독일 꺾고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 진출 감격
‘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완벽하게 침묵시키고 월드컵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7일 남아공화국 더반의 더반스테디엄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월드컵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스페인은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터진 카를로스 푸욜의 강력한 헤딩슛 한 방으로 결승점을 뽑아 독일을 1-0으로 따돌렸다. 스페인은 이날 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도 후반 중반까지 독일의 완강한 저항을 뚫지 못했으나 초반 골문 정면에서 얻은 결정적 찬스에서 헤딩슛을 공중으로 날려버렸던 푸욜이 후반 중반 찾아온 두 번째 찬스를 놓치지 않고 꽂아 넣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이로써 스페인은 오는 11일 오전 11시30분(LA시간)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양팀 모두 첫 월드컵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고 독일은 하루 전인 10일 벌어지는 3-4위전에서 우루과이와 만나게 됐다.
16강전서 잉글랜드를 4-1, 8강전서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대파하는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준 ‘전차군단’이었지만 최고의 개인기와 완벽한 조직력으로 무장한 스페인 앞에선 시동 꺼진 전차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 등 초호화 미드필드전을 앞세운 스페인은 경기 시작부터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화려하고도 정교한 숏패싱으로 볼을 독점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주전 11명 가운데 10명을 레알 마드리드 아니면 FC바르셀로나 소속선수로 내보낸 스페인은 선수들간의 완벽한 호흡으로 복잡한 중원에서도 정교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독일을 농락했다. 독일은 전반 내내 볼을 소유할 기회조차 별로 없었고 볼을 잡아도 곧바로 다시 빼앗기기 일쑤여서 전매특허인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 기회도 없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전차군단이 스페인을 상대로는 철저하게 무력했다. 더구나 이번 대회 최고의 신성으로 떠오른 미드필더 토마스 뮐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바람에 생긴 공백도 매우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스페인의 화려한 공세에도 독일의 탄탄한 디펜스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스페인은 전반 6분 후방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다비드 비야가 첫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뛰쳐나온 독일 골키퍼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13분에는 왼쪽에서 이니에스타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푸욜이 뛰어들며 골문 정면에서 강력한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는 등 초반 두 번의 좋은 찬스를 놓쳤다. 독일은 15분여가 지나면서 서서히 반격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특히 전반 32분에는 모처럼 역습을 펼치며 찬스를 만들었으나 뮐러의 대타로 투입된 피오트르 트로호브스키의 위협적인 왼발슛이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끝에 걸려 전반 첫 찬스를 놓쳤고 전반 종료직전에는 메수트 외질이 스페인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와 충돌하며 넘어졌으나 페널티킥을 얻지는 못했다.
스페인은 후반 들어서도 거의 7대3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 우세를 보이며 독일 골문을 계속 맹폭했으나 위력적인 슈팅들이 계속 골문을 벗어나 애를 태워야 했다. 오히려 후반 24분에는 독일의 역습으로 간담이 서늘하는 상황을 맞았다. 루키스 포돌스키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띄워준 볼을 토니 크루스가 논스탑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골키퍼 카시야스가 선방해 독일은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를 넘긴 스페인은 곧이어 결승골을 뽑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식의 짧은 패싱공격이 아니라 독일식의 롱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왼쪽 코너킥을 사비가 문전으로 올리자 공격에 가담한 푸욜이 뛰어들며 강력한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그전까지 스페인은 코너킥때마다 바로 옆의 선수에게 짧게 패스하는 방식의 공격을 했기에 독일 수비진은 순간적으로 롱킥에 대한 대비가 흔들렸고 스페인은 그 찰나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독일은 실점만회를 위해 공격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으나 스페인의 수비망은 견고했고 오히려 공격으로 치중하면서 후방이 뚫리기 시작, 여러차례 추가실점 위기를 넘겨야 했다. 스페인은 비록 막판 결정적인 찬스 한 두 개를 놓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데는 실패했으나 끝까지 독일의 반격을 잘 막아내 숙원인 월드컵 결승티켓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김동우 기자>
결승골을 터뜨린 카를로스 푸욜(가운데)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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