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주 노골적이다. 그러리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북한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보다 못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마디 했다.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것은 다르다고 후진타오의 면전에서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 오바마 발언에 중국이 발끈했다. 그리고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거나 그 틈을 타 도적질을 하는 꼴이라고 미국을 성토했던가. 그리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서는 군사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한국의 태안반도에서 700킬로 정도 떨어진 동중국해상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벌인 것이다. 미 국방부가 서해상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에 들어간다고 발표한데 대한 대응조치다. 왜 그토록 중국은 북한 감싸기에 혈안이 되다시피 했을까.
관련해 떠올려지는 것이 국제위기그룹(IGG) 보고서다. 그 답의 한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은가 해서다.
북한 정책과 관련해 중국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를 맞았다. IGG보고서의 내용이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이 계기가 돼 북한은 중국에게 과연 무엇인지 중국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일대논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강경파의 핵심그룹은 인민해방군과 공산당이다. 온건파는 대미관계와 중국의 글로벌한 위상을 중시하는 전문 외교가와 학자그룹이 그 중심이다.
제멋대로 핵실험을 해대는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경제적 부채일 뿐이다. 온건파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한다. 강경파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전가의 보도 같이 내세우는 논리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다. 중국과 북한은 특수한 혈맹 관계에 있다는 거다.
이 두 파간의 대논쟁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방문으로 일단 피어리오드를 찍게 된다. 김정일 체제 안정이 북한 비핵화보다 시급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결국 전통 보수세력인 강경파의 논리가 압도하게 된 것이다.
이 IGG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문은 인민해방군과 공산당을 강경파의 핵심그룹으로 지목한 점이다.
인민해방군 중에서도 6.25 참전 군 원로는 강경세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원로그룹이 중심이 된 중국의 군부는 ‘국가 내 국가’ 같은 존재다. 그리고 공산당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군은 국가와 인민을 위한 군이 아니다. 공산당을 위한, 다시 말해 공산당에만 충성을 하는 것이 중국의 군이기 때문이다. 또 정책결정에 있어 중국의 군부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 한 예가 북한과의 관계다. 외국과의 관계는 보통 국가들의 경우 외교부 사안이다. 한 중국관측통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북한문제는 군부가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문제에 관한한 군부 원로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고.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 군부에서 좀처럼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중국군부와의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 군부의 영향력이 중국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체제유지에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이 현 중국의 공산집권체제다. 만일의 경우, 그러니까 전국적인 소요가 발생할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인민해방군밖에 없다. 과거 천안문사태 때처럼. 자연 군부의 위상이 커질 수밖에 없는 주요인이다.
2012년 권력교체기를 맞아 대권지망생들은 저마다 군부의 환심을 사기에 바쁘다. 거기다가 권위주의 형 체제 속성상 권력교체기에는 온건파의 목소리는 잦아들게 마련이다. 강경파의 목소리만 커질 뿐이다. 군부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환경적 요인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 체제는 지킨다. 중국은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북한 편에 설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국제문제로 비화되자 중국 인민대 교수 스인홍이 벌써부터 한 말이다.
마치 중국의 군부를 대변한 것 같은 인상이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전근대적 안보논리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소리다. 적어도 공산당과 군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그 소리는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중국은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천안함 사태, 아니 더 나아가 북한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중국의 민주화에서나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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