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 한번은 이런 경험을 했다. 하루는 늦저녁에 L.A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친구의 아파트를 아내와 함께 방문할 일이 생겼다.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진 감이 있지만, 그 당시 다운타운의 밤은 으시시하고 께름직하여 과히 가고 싶지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꼭 그 시각에 가야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집을 나섰다. 친구의 아파트 근처에 도착하여 파킹장을 찾는데 양쪽길 모두 이미 차들로 꽉 차서 할 수 없이 코너를 돌아 약 한블럭쯤 떨어진 조금 먼 곳에 차를 파킹한 후, 친구의 집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혹시 수상한 사람이 주위에 있지는 않은가 하여 경계하듯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코너를 돌아 친구의 아파트가 저만치 보이는 거리에 다달았을때, 문득 저 앞의 어두운 골목에서 키가 크고 험상궂게 생긴 두 사람이 걸어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와 아내는 순간적으로 섬짓한 느낌이 들어 멈칫하고 망설이면서 걸음을 늦추며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하는 눈초리로 마주 보았다. 아내는 나에게 얼른 “아뭇 소리말고 모른체 그냥 지나가요”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아주 의기소침하여 조용한 걸음걸이로 벌써부터 길 한옆으로 비켜서서 머리를 푹 숙인채 살금살금 걷기 시작하였다. 나도 순간적으로 엄습하는 불안감때문에 아내의 손을 마주 꼭 쥔 채 한편으로 얼른 그들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무엇을 찾듯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우리를 발견하자 똑바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내가 아내에게 “그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하고 속삭이자 아내는 더욱 기가 죽어 불안한 듯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어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멈추어서 되돌아 가지도 못 하겠다는 듯이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불안하고 떨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잔뜩 긴장한 채 주춤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작은 걸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금방이라도 무엇인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과 질식할 듯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우리의 주위를 에워싸고 맴돌았다.
그 상태 그대로 그들의 앞으로 다가 간다면 틀림없이 큰 불행한 일이 터질듯한 불길한 예감의 구름이 시커멓고 커다랗게 맴돌면서 우리들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언뜻 생각이 난 듯이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로 활짝 크게 “하!하!”웃으며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그때 그 노래 알지!? 왜 노오-란 샤쓰입은 사나이 하는 노래말야?!” 하며 “노오“라는 말에 유난히 힘을 넣어 노래하듯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잔뜩 긴장하여 마음을 조리며 걷고 있던 아내는 나의 갑작스러운 딴소리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여 신경질을 부리듯이 나를 쳐다보다가 얼른 분위기를 눈치채고 따라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하였다. “아?! 맞아요 맞아! 노오?란 샤쓰입은 사나이라는 노래가 있었어요”하면서 자신도 “노오“라는 말에 힘을 잔뜩 주어 마치 그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크게 떠드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나도 얼른 “그 노오란 샤쓰가 말이지?“하면서 마치 악단 지휘자가 지휘하듯이 양팔을 크게 휘두르 듯이 내저으면서 신명난 사람처럼 과장된 몸짓과 큰 목소리로, 이번에는 “노오?“라는 말을 소리지르다 시피 크게 말하였다. 그러자 마치 맹수가 먹이를 노리듯이 잔뜩 긴장하여 웅크리고 노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던 그 두사람은 갑작스레 변한 분위기와 우리들의 활달하고 신명난 태도에 역력하게 당황하는 눈치를 보이며 멈칫하였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자기들끼리 서로 시선을 마주친 후, 실망한 몸짓과 표정으로 우리를 흘겨보면서 그대로 우리들의 곁을 스치듯이 지나가 버렸다. 나도 아깝게 놓친 먹이를 훑듯이 스쳐가는 살벌한 그들의 눈길에게, 아직 긴장이 가시지 않은 어색한 웃음으로 “하이?!”하듯 흘낏 마주치며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멈추지 않고 횡설수설 크게 떠들면서 달리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급히 그들의 곁을 빠져나갔다. 그날밤 친구집에서 아슬아슬했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한동안 마음껏 웃었다.
(310)968-8945
키 한 / 뉴-스타 토렌스 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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