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수요일 스탠리 맥크리스털 주 아프가니스탄 연합군 총사령관을 파면시켰다. 듣기 좋게 말로는 그의 사직을 유감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맥크리스털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자기 휘하의 참모들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게끔 그의 개인 짐마저 그의 집으로 탁송될 것이라는 보도다. 4성 장군으로써 불명예제대를 당한 것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맥크리스털의 비운은 자업자득이다. 공보비서를 잘못 선택했던 탓인지 롤링스톤이라는 시사 잡지도 아닌 음악잡지로 43년 전 창간되어 인터뷰 기사 등에 원색적 욕설이 비일비재인 잡지의 기고 작가에게 한 달 동안 무제한 접근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벽에 붙어 있는 파리(Fly on the wall)’라는 표현은 어느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할 수 있는 위치를 의미한다. 마이클 헤이스팅스라는 워싱턴포스트의 프리랜서 기고가이기도 한 그 기자는 한 달 동안 맥크리스털과 그의 참모들을 벽에 붙어 있는 파리처럼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의 난잡한 언사를 기록한 내용을 이번 주 초에 발간된 롤링스톤에 게재했던바 그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적나라한 묘사였던 모양이다.
대노한 대통령은 맥크리스털을 당장 워싱턴으로 오라고 명령했고 그는 30분 면담 끝에 해고되어 백악관 상황실에서 미리 예정됐던 아프가니스탄 전쟁 구수회의에 조차 참석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초라한 모습이 TV에 잡혔다.
평소 오바마의 심사숙고하는 교수 스타일의 우유부단이 아니라 단호하게 철퇴를 내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맥크리스털과 그의 참모들은 오바마를 경험도 자신감도 없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린 내용도 있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을 ‘어릿광대’라 표현했고 부통령 바이든이 언급되자 “Biden, Who?”라 반문하면서 “Bite me”라고 농담하는 등 군사령관으로서 군 최고 통수자인 대통령과 그의 지휘체계에 대한 경멸에 가까운 언사를 농했기 때문에 만약 오바마가 단호한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무능한 지도자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군은 정치적으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민간인 최고 통수권자의 결정에 복종해야 하는 질서를 재확인한 조처라는 게 중평이다.
오바마의 맥크리스털 후임자 인선 역시 절묘했다는 평도 받는다. 이라크 전쟁이 최악의 상태였을 때 미군을 증파하여 이라크 정부가 전쟁 주도권을 점차로 잡을 수 있게 하여 미군의 단계적 철수가 가능케 만든 전략의 수립자인 데이비드 페트리아스 대장을 후임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중부지역의 사령관으로서 플로리다 탬파에 자리잡고 있는 페트리아스에게는 일종의 강등이라지만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제의에 기꺼이 응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연방 의원들과 미디어의 총아인 사람이 더 인기가 높아지게 생겼다, 차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성급한 예측마저 있다.
맥크리스털의 중대한 과오가 어째서 발생했을까를 두고 여러 설이 있다. 그가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주로 특수전에 몸담아 왔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 특수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계급의 상하가 중시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우두머리를 사살하는 미국과 영국군 특수부대의 야간작전에 당시에 중장이던 맥크리스털이 직접 참가하여 알카에다 대원들과 총격을 주고받았다는 일화를 남길 정도였다. 사선을 같이 넘은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관계도 아마 맥크리스털로 하여금 심복부하들의 분방한 언행, 특히 파리의 어느 술집에서 만취된 상황에서의 욕설 난무 등을 용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또 특수전 전문가이다가 2001년에 준장이 된 다음 거의 초고속적으로 네 개의 별을 달게 된 것이 그로 하여금 자만심이 가득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지휘체계 전체와 우방들에 대한 마구잡이 험담을 방임한 것과 또 방임함으로써 가담한 것은 오바마의 지적대로 지휘관 자격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한국 속담은 말조심하라는 경구다. 남의 말을 옮기는 것이 직업인 기자에게 한 달간같이 생활하면서 모든 것을 다 까발리게 만든 맥크리스털은 깊이 후회할 것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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