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Walrus)와 강치(sea lion)라는 코 옆에 뿔 달린 바다 동물들은 BP의 원유 유출 사건으로 점점 오염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멕시코 만에 살지 않는 동물들이란다.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민· 매서추세츠)은 멕시코 만에는 “해마가 하나도 없으며 300만년 동안이나 그러했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BP와 다른 세 유류회사들이 멕시코 만의 원유 유출 발생 시에 실천하게 될 안전대책 계획이라고 연방정부 관계기관에 제출한 내용 가운데 해마와 강치의 보호에 대한 구절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즉 엉터리 안전대책계획이라는 이야기다.
Deepwater Horizon이라는 BP의 시추 시설을 허락받기 위해 제출했던 서류 중 하나인 안전대책계획이 사상누각 정도로 허구였다는 또 하나의 근거가 있다. 세 오일 회사들이 제출한 서류 가운데는 마이애미 대학의 해양과학 전문가라는 피터 럿츠 박사의 이름과 그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는 데 문제는 그가 2005년에 죽었다는 사실이다.
멕시코 만의 깊은 바다 속을 파서 원유를 끌어올리는 작업 허가를 받기 위해 연방 정부에 제출한 제반 서류 중 하나인 500여 쪽에 달하는 안전대책계획서라는 것이 5대 오일 회사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였다는 점도 의심을 살만하다. 실제로 다섯 회사의 그 계획서들은 텍사스 어느 하청회사 작품이라는 보도이니 의심 정도가 아니라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고 보면 4월20일의 Deepwater Horizon 시추 시설 폭발사건 이래 BP와 미국 정부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미 연방 정부 내무부의 광물질 관리국(MMS) 직원들이 오일회사들과 유착되어 있어 허가 감독 과정에 비리가 많았음은 얼마 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미국 아니 전 세계의 화석 연료 중독증이다.
미국의 1억대에 달하는 자동차들이 휘발유를 계속 쓰고 난방시설이 오일을 필요로 하는 한 오일회사들은 새로운 유전 발굴을 모색할 것이고 멕시코 만의 낮은 해안에서 시추가 한계점에 달하면 깊이가 1마일 이상 되는 심해에서의 시추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깊이라서 어떤 잠수함도 사람도 접근할 수가 없다. 로봇이나 기타 중장비를 바다 속에 집어넣고 시추시설 위의 카메라를 보면서 원격조정 해야 유전에 도달하게 되고 도관을 통해 오일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그 복잡한 기계나 공정이 까딱하면 고장이 나게 될 것은 문외한들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
5,000 피트 속의 심해에서 원격 조정으로 두뇌 수술을 하고자 하는 것에 비유하는 데서도 위험의 잠재성을 느끼게 된다.
오바마 정부의 대응 특히 BP의 기술과 인원에 의존하는 방식에 대한 비난도 많지만 심해유전탐색과 유전 운영에 관한 제반시설들과 기계들이 다 BP 소유인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일 수 있다. 벌써 네 차례나 현지를 돌고 온 오바마는 지난 주 BP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도합 200억 달러의 손해 기금을 BP에서 내도록 합의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손해를 변상해 주는 독립 기구를 마련했다. BP의 과거 3년간 수입의 3분의 1이라는 그 액수 외에도 BP는 환경 훼손 복원 작업에 드는 비용도 담당해야하기 때문에 BP의 주가는 폭발사건 이래 반 이상 폭락된 상태다. BP 본사는 영국에 있다지만 애모코(Amoco)라는 미국 회사도 흡수한 관계로 주식 배당금을 받는 많은 주주들이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BP의 파산 가능성은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도 원치 않는 극한 상황일 것이다.
BP는 1년에 50억 달러씩 네 번 내야 되는 손해 기금의 적립을 위해 금년도에 주주들에 대한 이익배당이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BP주를 가지고 있는 미국 은퇴자들이나 은퇴기금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BP 경영진의 고의적인 기만도 지적된다. 사고 직후 처음에는 1,000통의 오일이 유출된다던 것이 5,000, 1만 등으로 올라가 BP가 처음에는 공개를 거절했다가 현재는 공개되고 있는 사고 현장 해저의 카메라에 잡히고 있는 오일 유출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7만 통으로 계산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건 BP 건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심해에 묻혀 있는 유전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아내는 여러 곳에서 지진이 빈발하는 것은 혹시 땅에서 석유를 너무 많이 파낸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에 귀가 솔깃할 정도로 정말 소위 전문가들도 너무 모르는 게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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