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자체의 근본원인을 알 수 없고, 근본치료가 불가능한 파킨슨병. 미국에서는 매년 5~6 만명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고 있으며, 약 100만명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고, 한국에서는 약 6~8만명이 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받아왔어도 더 이상 증상완화에 효과가 없을 때, 또 약 기운의 부작용으로 몸의 이상 운동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을 때 환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비교적 최신 수술법인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수술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수술법으로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파킨슨 환자 및 가족, 간병인들 모임인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 서포트 네트웍(The Korean-American Parkinson Support Network-KAPSN)은 지난 11일 풀러튼 시니어센터에서 6월 정기 세미나의 일환으로 서울대 병원 파킨슨 센터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를 초빙해 뇌심부자극술에 관한 강연회를 높은 관심 속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 병원 LA 사무소의 건강세미나로 마련됐다. KAPSN은 내셔널 파킨슨 재단 오렌지카운티 챕터(NPFOCC) 산하 단체이기도 하다.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 서포트 네트웍
서울대병원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초청
뇌심부자극술 치료법 관련 강연회 개최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
뇌심부자극술은 사실 파킨슨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한국에서 뇌종양 수술, 감마나이프, 파킨슨병 DBS 수술의 권위자이며 188건의 DBS 수술을 집도해 온 백선하 교수는 “더 이상 약물효과를 얻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 때 증상 완화를 위해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며 “파킨슨병 환자가 아니면 수술 효과가 없으며, 파킨슨병 환자여도 적절한 수술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같은 이상 운동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기저부의 이상부분에 반영구적인 전극장치를 삽입해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어 이상 신경회로를 조정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방법이다. 뇌에 일정한 전기 자극으로 비정상적인 운동기능 자체는 저하시키고, 정상적인 운동기능은 가능하게 하는 수술법이다.
DBS는 1987년 알림-루이즈 베나비드 박사가 프랑스에서 처음 발표했으며, 미국에서 지난 2002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파킨슨병에만 적용되는 치료법은 아니다. 본태성 진전증(떨림증), 근육긴장 이상증 등 질환에 시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의료보험 적용 전에는 3,000만원 정도 고가비용이 환자 부담이었지만, 의료보험 적용 후에는 환자 부담이 800~1,000만원 정도로 다소 줄었다.
이전에 치료법으로 주로 사용되던 뇌기저 핵파괴술과 비교해서는 뇌 조직을 파괴하지 않으며 전기 자극기를 켜고 끌 수 있고, 자극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개인별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 병원 파킨슨 센터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가 파킨슨병 환자의 뇌심부자극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 병원 파킨슨 센터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약물치료 효과 없을 때 시술
뇌 조직 파괴없이 전기 자극기 작동
#수술 과정
전기 자극 시스템은 가는 전극선과 자극 발생기(배터리), 또 이들을 이어주는 연장선으로 구성돼 있다.
수술은 국소마취 수술상태로 진행된다. 환자는 정위틀(Stereotatic Frame)이란 도구를 머리에 쓰게 된다. 정위틀은 수술 때 정확한 전극 삽입 부위를 파악하기 위한 좌표기이다. 또한 수술하는 내내 수술팀과 환자가 대화하며 문제의 시상하액 이상부위 위치를 확인하고 전극을 삽입해 자극기의 위치와 강도를 조절하며 환자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마지막으로 뇌 부위의 최적의 위치가 정해지면 전극 삽입 후 다시 전신마취를 한 다음 바로 자극 발생기(배터리-전원발생 장치)를 양쪽 가슴 부위에 삽입하게 된다. 가슴 부위에 들어가는 자극 발생기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3~5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으며, 수명이 다하면 국소 마취로 전원발생 장치만 교환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과정은 한국과 미국이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전극 삽입 후 바로 자극 발생기를 전신마취 후 당일 삽입하지만 미국에서는 보험 등 여러 이유로 1~2개월 있다가 자극 발생기 삽입 수술이 이뤄진다.
약물 부작용 심한 환자도 수술 고려
인지기능 장애·치매 환자는 ‘위험’
떨림증상 90%·마비 80% 호전 돼
#파킨슨병 DBS 수술 대상자는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누구나 이 수술을 받을 수는 없다. 1차 치료는 약물이 먼저다. 대개 약물치료를 10년 이상 받다가 약물로도 더 이상 증상 호전이 없을 때 DBS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또 약물 효과가 불규칙적이며 몸 꼬임이나 떨림(tremor), 마비(몸이 굳는 증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약 먹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든지, 약물 부작용으로 운동이상, 근육이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환자 등 더 이상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수술로 약물을 완전히 끊게 되나
그렇지는 않다. 백 교수는 “연구 자료에 따르면 수술 후 환자의 4분의1가량은 약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대개는 그 전에 먹던 약의 50% 정도 줄인다”고 설명했다.
대체적으로 증상이 60~70% 정도 호전되며, 떨림 증상은 80~90%, 마비나 굳는 증상도 70~80% 호전된다.
증상의 현저한 호전으로 이전보다 더 편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약물의 용량을 줄이면서 정상상태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이전 수술법과는 달리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수술이 아닌 점도 장점이다.
백 교수는 “환자의 병은 자체적으로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DBS 수술 후에도 처음 수술했을 때보다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수술해야 하는 대상자는 안 하는 것보다 낫다”며 “그러나 수술 후 정말 환자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술 때 100명 중 1~2명은 증상을 동반하는 출혈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DBS 수술이 어려운 경우
파킨슨병 유사질환 환자, 레포도파에 반응이 전혀 없는 파킨슨 환자, 파킨슨병 이외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환자, 심각한 인지기능 장애나 치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환자, 심한 우울증세가 있는 환자, 혈액응고 장애 환자가 있는 경우 등이다.
#파킨슨병은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의 결핍으로 느린 움직임, 근육 경련이나 마비 등 운동장애 증상이 동반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왜 서서히 망가지는지 그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파킨슨센터 웹사이트 www.snumdc.org
<정이온 객원기자>
파킨슨병 환자 환우회 모임인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 서포트 네트웍(KAPSN)과 서울대 병원 LA 사무소가 함께 마련한 강연회에서 백선하 교수가 뇌심부자극술 수술법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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