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약 20여년 전, 내가 토렌스의 미국 부동산 회사인 C모회사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이다. 그 회사에는 “로날드”라는 40대 후반의 백인 에이전트가 있었는데 매우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붙임성도 좋아, 주위의 사람들로 부터 많은 호감과 칭찬의 소리를 들으며 비지네스도 활발하게 잘 하였다. 그는 또 부동산 에이전트로서는 드물게 콧수염을 매우 투박하고 두껍게 기르고 있어, 그의 짙은 눈썹과 함께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그때 한창 유행하던 CBS의 주말 탐정극 Magnum P.I에 나오는 터프한 형사 “탐 셀릭”과 흡사하게 보여 별명이 “Little Tom Selleck(작은 탐 셀릭)”으로 불리웠다. 실제로 “로날드”는 10월 말 할로윈 명절때에는 “탐 셀릭”이 입고 연기 했었던과 같은 알록달록한 하와이언 티-셔츠에, 까맣고 멋진 썬 글래스를 끼고, 날렵하고 빨간 “코르벳” 스포츠카 를 렌트하여, 한 손에는 묵직하게 보이는 장난감 권총을 휘두르며 나타나 “탐 셀릭”의 흉내를 내기도 하였다.
또한 회사의 브로커와도 독일 게르만 계통의 같은 민족으로 의기투합하여 곧 잘 함께 골프를 치러다니기도 하고, 회사내에서도 그들끼리 사적으로 이야기를 할 적에는 독일어를 사용하며 매우 가깝게 잘 지내었다. “로날드”는 성격이 차분하면서도 사교적이며 개방적이어서 주위의 동료 에이전트들과도 항상 명랑하고 재미있는 농담도 곧 잘 나누곤 하였다.
그러나 한편 속으로는 자신이 독일 게르만 민족의 혈통이라는 자존심을 꽤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다 에이전트들끼리 세계의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대담이나 농담이 나오면 그는 항상 독일인, 즉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언어와 제스츄어를 자주 나타냈으며, 당시 회사내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와는 거리를 두어 견제하고 싶어하는 눈치를 보이며 소원해 하였다.
어쨋든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한 1988년 첫 해에 회사 창립이래 최초로 쎈츄리언 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고, 그 해 부터 1992년까지 연속 5년 동안 탑 쎄일즈의 영예에 해당하는 쎈츄리언 상을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자 “로날드”는 자신의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신도 한번 “쎈츄리언”이 되어보고 싶다”는 명예욕에서 그랬는지, 그 다음해에 브로커에게 부탁하여 자신도 “쎈츄리언 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그의 그 해 실적을 부풀려서 올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브로커는 같은 민족이고 또 오래동안 친하게 지내 온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는지, 프랜챠이스 본사와 자신에게 지불해야 하는 커미션 부분만 지불한다면 그의 실적을 “쎈츄리언”의 조건에 맞추어 주겠다고 합의하고, 그렇게 해 주었다. 그리고 “로날드”는 그 해 말, 그의 생애 최초로 영예의 “쎈츄리언 상”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해에 터졌다. 회사가 1월말에 각 에이전트들에게 전달하는 그 전 해의 소득 보고서(Form-1099)를 발송하면서 회사에서는 “프랜챠이즈”에 보고한 실적을 Form-1099에 그대로 적어 “로날드”에게 주었다. 실제로 벌지도 않은 소득을 벌은 것 처럼 보고 된 소득 보고서를 받아든 “로날드”는 브로커에게 시정을 요구하였지만, 브로커의 입장은 또 달랐다. 왜냐하면 그와 그의 프랜챠이즈는 “로날드”가 “쎈츄리언”에 해당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고 되어, 그들의 지분에 해당하는 커미션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작성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로날드”는 그 해 약 2만불 정도의 벌지도 않은 엑스트라 소득에 대한 세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내고 말았다. 그 후 친구였던 브로커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얼마 안 지난 후 “로날드”는 이러저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그 회사를 떠났으며, 결국에는 부동산 에이전트직을 그만 두었다. “Little Tom Selleck” 아니 “로날드”! 이제 그도 나이가 70은 다 되었을 텐데,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는지,,,,. 오늘따라 괜히 궁금해진다.
(310)968-8945
키 한 / 뉴-스타 토렌스 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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