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소위 PIGS의 경제 위기가 세계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나라들이 속해 있는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확산되면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원인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중요한 경제 문제이기에 당연히 경제적 측면에서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나는 그 나라들의 경제파탄을 가져온 근본 원인은 그들 국민성·민족성에 있다고 본다.
우선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모두 남부 유럽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 국가이고 그 국민들의 기질은 대체로 낙천적이며 감성적 성향이 짙다. 그들은 경제력의 핵심인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본다.
이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1,500시간 정도(미국은 약 1,800시간)이고 대부분 직장인들이 일년에 4~5주의 휴가를 갖는다. 그리고 물가연동 임금제도를 실시하여 물가가 오르면 생산성이나 기업 이윤에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해이한 태도를 부추겨 왔다.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그리스의 경우 제조업은 빈약하고 대신 관광업과 해운업이 주종인데다 경제규모의 25%는 지하경제로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 경제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조상 잘 둔 덕분에 고대 희랍시대의 유적지에서 들어오는 관광수입으로 안일한 타성에 젖어 있으며, 전체 고용인구의 1/3은 공공 분야 종사자이고, 총예산의 18%(미국 7%, 한국 3.5%)에 달하는 복지정책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적자가 쌓이게 된 것이다.
국가부채가 GDP의 120%에 이르고 있으나 그리스 정부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쳐 제대로 개혁조치를 못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퇴직 후 연금이 재직 시 봉급의 95%라는 경이적인 혜택에 길들여진 국민이 희생을 요구하는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반면 통일 비용으로 극심한 재정적 부담을 갖게 된 독일은 그 충격을 줄이려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근로자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여 기업이 감원을 하지 않도록 노사 간에 협력을 이루어냈다. ‘라인강의 기적’의 주역답게 독일은 현재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지난해 중국이 추월하기 전까지 수출고 세계 제일의 위치를 유지해왔다. 한국도 IMF 때 온 국민이 합심하여 금 모으기로 위기 극복의 한 부분을 담당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보면 현재 드러난 문제의 국가는 소위 PIGS 4개국이지만 다음 차례는 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인은 PIGS 국민보다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으니 그들 특유의 문제와 약점이 있다. 영국은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많은 식민지로부터 자원적 혜택을 받아 누렸지만 이를 잃은 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과거 대영제국의 지위와 자부심에 사로 잡혀 있는 듯하다. 학문적 이론이나 논리에는 밝은 듯하나 생산적 실물경제는 쇠퇴하고 금융경제체제로 전환하여 최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에 취약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한창 뜨고 있는 중국을 보라. 제조업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실물 경제에 주력하여 현재 미국 다음으로 성장한 GDP와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고를 갖게 되었다. 말하자면 중국이 땀 흘려 물건을 만들고 있을 때 영국은 돈놀이로 경제를 지탱해 온 것이다.
국가의 경제는 얼핏 거창하고 복잡한 이론이 지배하는 것 같으나 알고 보면 의외로 단순한 요인이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 국민의 심성, 사고방식, 성향, 결단력 등이다.
생산을 게을리 하고 소비만 좋아하는 낭비성 민족, 저축은 하지 않고 빚을 내서라도 즐기기만 하는 분수를 모르는 국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기분파 인종 그리고 자존심만 높은 비현실적 사람들의 나라는 언젠가는 위기에 직면하고 되고 파멸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그리스 사태와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국민성으로 표현된 이러한 성향의 개인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조정훈 / 건축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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