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에 높이로 승부 거는 그리스
장신 해결사 하리스테아스 경계대상 1호
12일 한국과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으로 맞붙는 그리스는 과연 어떤 전법을 들고 나설까.
그리스축구협회와 그리스 취재기자 등에 따르면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평소 습관대로 경기 시작시각 직전에야 선발 출전자들을 라커룸에서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반 노스우드 스쿨에서 치러지는 연습경기 등 훈련과 협회 관계자, 그리스 취재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전의 윤곽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포백이냐, 파이브백이냐
그리스 대표팀은 오토 레하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경기에는 수비라인에 5명을 포진하는 파이브백(5-back) 시스템을 구사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는 포백(4-back) 수비를 구사해왔으나 지지 말아야 하거나 공격이 활발한 팀에는 수비가 더 두터운 파이브백 수비를 가동했다. 파이브백은 경우에 따라 좌우 풀백이 미드필더와 전방을 오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스리백(3-back)과 같은 말로 통한다. 하지만 그리스는 수비 일변도 전술이 일상화한 만큼 그리스 취재기자와 협회 관계자는 ‘3-4-3’보다는 ‘5-2-3’ 포메이션이라는 말을 썼다. 이 포메이션에선 미드필더 2명이 수비에 가담하면 수비가 7명으로 두터워지는 극단적 수비전법이 된다.
그리스는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중요한 경기에서는 이런 수비 일변도의 전형을 즐겨 구사해왔다. 작년 11월 우크라이나와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도 파이브백을 가동해 홈에서 0-0으로 버티고 원정에서 후반에 넣은 1골을 지켜 본선 출전권을 낚았다. 그리스는 한국과 1차전이 월드컵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기로 보고 있고 최근 북한,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포백으로 낭패를 본 바 있어 파이브백을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역시 1차전이 무승부는 별 의미가 없고 꼭 이겨야 하는 경기란 점에서 과연 레하겔 감독이 이런 극단적인 수비전법을 들고 나설지는 아직 의문시된다. 북한, 파라과이전에서 공격적인 전형인 포백을 실험한 것도 한국전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연 레하겔 감독이 평가전에서 시험 가동했으나 문제가 드러난 포백을 사용할지, 아니면 수비적이지만 안정성이 입증된 파이브백을 들고 나설지는 사실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장신 하리스테아스 주의보
그리스 훈련장에서는 붙박이 주전으로 인식되는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와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파나티나이코스) 가운데 한 명이 선발에서 빠질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골잡이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30.뉘른베르크)가 191㎝의 큰 키를 자랑하기 때문에 공중볼로 승부수를 던지려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게카스(179㎝)와 살핑기디스(172㎝) 중 하나가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의 스리톱 공격진에는 하리스테아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과 살핑기디스가 서거나, 게카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사마라스와 하리스테아스가 포진하게 된다.
그리스 메가TV의 알렉스 소티로풀로스 축구전문 기자는 “레하겔 감독의 마음은 키가 큰 선수들에게 기울었다”며 “살핑기디스가 한국과 경기에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리스테아스는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프랑스와 4강전, 포르투갈과 결승전에서 각각 1-0 승리를 책임지는 결승골을 터뜨린 해결사로 한국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전망이다.
◆전문키커 카라구니스도 요주의 인물
중앙 미드필드 포진할 2명으로는 요르고스 카라구니스와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이상 파나티나이코스)가 낙점을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카라구니스는 그리스 대표팀에서 전담 키커를 맡고 있다.
그리스 선수들은 그리스가 한국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라고 말해왔으며 “승부수는 공중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바로 그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공중볼 기회가 카라구니스의 발끝에서 시작될 것이 유력하다.
한편 탁월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전술 이해도가 높아 레하겔 감독의 깊은 신뢰를 얻는 카추라니스는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박주영, 또는 박지성을 대인방어할 마크맨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상중인 수비라인의 주축 방겔리스 모라스(볼로냐)가 한국과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카추라니스가 그 의 대안중 하나로 떠오른 상태다.
그리스의 장신 스트라이커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가 9일 훈련 중 볼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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