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그레인(whole grain)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전곡’으로, 현미 같은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말한다. 흰쌀처럼 곱게 도정된 곡물과 달리 먹기 불편한 부분만 제거한 거친 상태의 곡물이다. 최근 어디를 가도 홀 그레인 제품은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홀 그레인 재료로 만들었다는 과자나 시리얼 등에 ‘홀 그레인’ 표기가 크게 써 있다. 한인 마켓에서는 현미쌀, 아마씨, 수수, 보리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며, 일반 마켓에서는 홀 그레인 빵, 홀 그레인 시리얼, 통밀가루, 홀 그레인 파스타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홀 그레인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도정된 흰 곡물, 흰쌀, 흰 밀가루로 만든 흰 빵보다는 섬유소,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암을 예방하는 효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생리활성 영양소)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을 위해 왜 홀 그레인을 선택해야 하는지, 홀 그레인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다.
현미·통밀·아마씨·수수·보리 등
배아·겨 깎아내지 않은 곡물
비타민·섬유소·미네랄 등 풍부
혈당-혈압 내리고 심장병 위험 낮춰
소화 느려 포만감 줘 다이어트에 ‘딱’
#홀 그레인이란
보통 흰 쌀은 배아와 겨를 깎은 것으로 홀 그레인 곡물은 배아와 겨를 남겨둔 상태를 말한다. 홀 그레인은 배아(germ, 싹 혹은 배종이라고도 함), 겨(Bran, 혹은 밀기울), 배유(endosperm)로 구성돼있다.
배아에는 항산화 성분, 비타민 E, 비타민 B군 등 영양성분이 함축돼 있으며, 겨는 겉껍질로 식이섬유소, 비타민 B군, 미네랄 등이 들어있고, 배유는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홀 그레인하면 보통 현미나 통밀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이즈는 다양하다. 크게는 옥수수 알갱이에서부터 깨알 같은 씨앗같이 생긴 퀴노아까지 껍질을 도정하지 않았다면 모두 홀 그레인에 속한다.
홀 그레인은 복합 탄수화물의 공급원으로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공급해준다. 또한 셀레늄, 칼륨, 마그네슘, 엽산같은 미네랄 영양소도 포함돼 있다. 배아와 겨에 들어 있는 비타민 B 군은 리보플라빈, 엽산, 니아신 등을 포함한다.
1컵 분량의 통밀 가루에는 철분의 일일 권장 섭취량 26%를 포함하며, 38%의 니아신, 20%의 비타민 B6, 13%의 엽산, 121%의 셀레늄을 함유하고 있다.
#홀 그레인 VS 정제된 곡물
흰 빵 한 조각은 66칼로리에 1.9g의 단백질, 0.6g의 식이섬유소를 포함한다. 반면 홀 그레인 빵 한 조각에는 69칼로리에 3.6g의 단백질, 1.9g의 식이섬유소를 공급한다. 홀 그레인 빵이 흰 빵보다는 단백질, 식이섬유소가 좀 더 많다.
곡물을 도정하게 되면 겨와 배아 부분은 다 떨어져 나간다. 흰 쌀이나 흰 밀로 만들기 위해 떨어져 나간 배아에 비타민과 미네랄 영양소가 밀집돼 있으며 겨 부분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겨와 배아 부분이 남아 있는 홀 그레인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도 월등히 높아진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는 흰 쌀밥대신 현미밥을, 흰 빵 대신 홀 그레인 곡물로 만든 빵을 선택할 것을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흰 쌀밥, 흰 빵 같은 겨와 배아 부분을 도정한 곡물은 홀 그레인 만큼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없다. 흰쌀이나 흰 밀에 남아 있는 배유 부분에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기는 하지만 극히 소량이다.
# 홀 그레인 푸드 레이블 읽기
식품마다 붙어있는 홀 그레인 레이블은 한인들에게 혼란을 주기 쉽다. 각종 빵 포장지에 쓰인 문구에는 ‘홀 그레인’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만 얼마만큼 통밀(whole wheat) 가루가 사용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홀 그레인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는 한인들도 많다.
오트밀용 롤드 오츠(rolled oats, 껍질을 벗겨 찐 다음 롤러로 으깬 귀리)는 적절한 홀 그레인 음식이지만 밀죽(cream of wheat)은 가공된 밀음식이라 홀 그레인 음식이 아니다. 옥수수 토티야는 홀 그레인 범주에 들어가지만 밀가루 토티야는 그렇지 않다.
홀 그레인 푸드를 사기 전에는 레이블을 주의 깊게 잘 읽어야 한다.여러 시리얼이나 빵, 파스타, 크래커는 ‘홀 그레인으로 만들어졌다’(made with whole grain)는 표기가 돼 있다.
하지만 홀 그레인 빵을 고를 때는 100% 통밀(whole wheat) 또는 100% 홀 그레인 빵을 택하도록 한다. 또한 주재료가 통밀가루(whole wheat flour)로 사용됐는지 살핀다. 홀(whole)자가 빠진 그냥 밀가루(wheat flour)는 정제된 흰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색깔로 고르는 것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
흰 식빵인데도 으깬 밀과 캐러멜 컬러를 섞어 통밀빵처럼 보이게 해서 파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돌로 간(stone ground), 멀티 그레인(multi-grain) 같은 문구도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정제된 식품이다. 그렇다면 색깔도 통밀빵보다는 다소 밝은 갈색이고 질감도 거의 흰 빵이랑 비슷한 ‘흰 통밀빵’(white whole wheat bread)도 건강빵이 아닌 걸까? ‘흰 통밀빵’은 홀 그레인 빵에 속한다.
일반 통밀빵이나 홀 그레인 빵과 거의 비슷한 영양소를 공급한다. 일반 통밀빵보다 밝은 갈색인 이유는 밀 종류가 다르기 때문. 대부분 통밀빵은 색이 짙은 적색의 붉은 밀로 만든다.
흰 통밀빵은 알비노 종류의 밀로 만드는 것. 빵을 고를 때 홀(whole)이란 표시가 없다면 정제된 곡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메밀, 불거(bulgur, 밀을 반쯤 삶아서 말렸다가 빻은 것), 옥수수 가루, 기장, 퀴노아, 라이밀, 현미, 호밀(rye), 오트(oats, 귀리), 야생쌀 등은 100% 홀 그레인이며, 정제됐거나 으깼어도 홀 그레인으로 친다.
또한 어떤 아이템이든 적어도 서빙 당 3g의 식이섬유소를 공급할 수 있는지도 자세히 살핀다.
흰 쌀밥 대신 보리밥, 현미밥, 잡곡밥 등을 먹도록 해야 한다. 현미는 비타민 E, 비타민 B군, 식이섬유소 등 영양소를 고루 포함하고 있다.
하루 권장량 통밀 빵 3조각
#홀 그레인에 통밀만 있나요?
홀 그레인 곡물로 심심하게 통밀, 현미 쌀만 고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곡물들이기는 하지만 라이밀(triticale, 밀과 호밀의 교배종으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리신과 단백질이 밀이나 호밀보다 더 풍부하게 함유된 곡물), 아마란스(amaranth), 퀴노아(quinoa) 등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홀 그레인 식품들이다.
특히 퀴노아는 쌀보다는 약간 작고 둥근 모양으로 고대 잉카에서는 옥수수를 능가하는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됐다.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비롯, 리신과 메티오닌 같은 아미노산, 철 등이 풍부해 곡물로는 우유에 버금가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아마씨도 인기다.
식이섬유와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도움 된다. 아마씨를 커피 그라인더에 갈아 흰 쌀밥을 지을 때 함께 넣어도 되고, 요거트나 시리얼에 뿌려 먹어도 좋다.
#홀 그레인 종류는
현미쌀, 보리, 메밀, 불거(Bulgur, 밀을 반쯤 삶아서 말렸다가 빻은 것), 기장, 오트밀, 야생쌀, 통밀빵, 통밀 파스타 등이 있다.
#정제된 곡물로 만든 식품들로 피해야 할 것
흰 쌀밥, 흰 밀가루, 흰 빵, 머핀, 프로즌 와플, 콘 브레드, 도넛, 비스킷, 그라놀라 바, 케익, 파이, 버터 팝콘, 크래커 등이다.
#홀 그레인 식품을 왜 선택해야 하나요?
흰 빵보다는 홀그레인 빵을,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체중조절을 돕고 소화 흡수가 느려 포만감을 좀더 오래 지속시켜 주기 때문이다.
배아가 남아있는 현미는 소화 흡수에 시간이 걸린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속도로 끌어 올렸다가 떨어뜨린다.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흰 빵보다는 통밀빵이나 오트로 만든 빵이 혈당치를 덜 높여준다.
흰 쌀밥이나 흰 밀가루 음식은 먹으면 빨리 소화돼 혈당이 빨리 상승되고, 결국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며 췌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돼 결국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 저하로 나타난다.
근육과 간에서는 당 흡수는 늘고, 간에서는 콜레스테롤 분해가 억제된다. 결국 인슐린 분비가 촉진돼 결과적으로 체지방도 늘어날 수 있다.
홀 그레인 식품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소화되는 시간이 천천히 걸린다. 포만감이 지속돼 더 이상 음식을 먹게 되지 않고 탄수화물 분해 속도도 느려 포도당을 혈액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또한 칼륨 섭취를 도와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며, 혈당 조절 및 혈관 손상 위험을 줄여준다.
최근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심혈관계 저널 ‘순환’(Circulation)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제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8,0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홀 그레인과 겨(bran)을 많이 먹는 여성은 적게 먹는 여성보다 더 오래 살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5%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영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에 적어도 85g의 홀 그레인 푸드를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통밀 빵 3조각에 해당한다.
#멀티 그레인이 홀 그레인과 어떻게 다른가요?
멀티 그레인 빵이 홀 그레인 빵을 대체할 수는 없다. 홀 그레인은 그야말로 곡물을 도정하지 않은 것으로 배아, 겨 부분이 다 살아있어야 한다. 멀티그레인은 한 종류 이상의 곡물로 만든 것으로 홀 그레인이 섞였거나 정제된 곡물을 섞었을 수도 있다.
홀 그레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소화 흡수가 느려 포만감을 좀 더 지속시켜주며 체중 조절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이온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