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 발표 이후 중국이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과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주요 교역국인 한국의 사이에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중국으로서도 억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줄 안다. 한국과 북한간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한반도의 이웃으로서 취할 수 있는 중국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좋은 이웃으로 주변 국가 간에 모순이 생겼을 때, 특히나 무력 도발이 생겼을 때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한쪽을 공격하기보다 중간자의 위치에서 전체 국면을 생각하고, 양국 국민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일견 이해하면서도 국제사회가 이를 믿어주지 않은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중국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명백한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중국은 시종일관 대결보다는 대화가, 긴장보다는 화해가 낫다고 판단하며 진정으로 유관 당사국이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한반도 긴장악화를 막기를 희망한다”는 모호한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천안함 사태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핵 문제로 자신들을 난감하게 하고 중국의 개방과 시장주도 경제정책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는 북한 김정일에 대해 갈수록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예측 가능하고 중국에 순응적이었던 김일성과는 달리 김정일은 예측 불가능하고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대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럼으로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중국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한 한국 측 입장, 즉 북한이 천안함에 대한 공격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것 같다.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가 한, 중, 일 제주도 3국 정상 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한일 양국의 압력을 “중국 정부는 국제적 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으로 판단해 입장을 정하겠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미국 방문 기간에 중국이 그동안 천안함 사태에 관해 견지해온 중립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비판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
원 총리는 지난번 제주도 3국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라는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중국이 수용한다는 입장을 오바마와 정상회담에서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계속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과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인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이후 남북은 서로 한 치 양보 없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북한은 반드시 추가 도발할 것이다.
김정일은 단기적인 경제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그 보다는 정치적으로 체제강화에 이익이 된다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기 때문에 김정일은 체제 안정을 위해서 끝까지 갈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북 선전방송을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방송이나 전단은 총이나 대포 쏘는 군사적 행위기 아니기 때문에 북이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북은 바로 확성기와 전광판에 조준타격해 버리겠다고 협박하자 슬그머니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차라리 지난 5년간 북한에 전단지를 보내고 있는 탈북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을 통해서 하는 게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지난 5월27일 우래옥에서 열린 북한자유연합회(NKFC) 모임에서 우리가 후원금으로 보내는 수십만 장의 대북전단지를 대형풍선에 실려 보내는 장면을 영상(DVD)으로 보았다. 대북심리전, 전단지, 특히 방송은 북한을 현실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체험한 탈북자들이 직접 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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