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중간선거의 승자로 자타가 공인해온 공화당의 고민이 정작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의 목표는 그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다수당이 되어 연방의회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현재보다 10석을 더 얻어야 하는 상원에선 좀 힘들지 몰라도 40석을 더 확보해야 하는 하원에선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해 왔다. 그런데 각 주별 프라이머리가 계속되면서 어? 예상과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주 펜실베니아와 켄터키 주 예선 결과는 안일했던 공화당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글자 그대로 ‘경종’이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우려하던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 문제점은 두 가지, 대안 부재와 ‘티 파티’다.
오바마 집권 16개월 동안 점차 굳어진 공화당의 이미지는 유감스럽게도 방해꾼의 모습이다. 헬스케어 개혁? 안돼! 이민개혁? 안돼! 금융규제? 안돼! 경기부양? 안돼!…사사건건 ‘노우(No)’를 외치기만 했지 수천만 무보험자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보험료, 엄존하는 기존 불법이민 1천여만명과 턱없이 부족한 단순노동력, 고삐 풀린 월가의 무차별 투자, 악화되는 실직과 폐업 등 당면 이슈를 해결할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펜실베니아 연방하원의원 제12지구 특별보궐선거의 패인도 바로 이것이었다. 오바마 정책에 대한 반감이 높고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 이길 수 있는 선거였고 타계한 민주당 존 머사의원의 자리로 공화의석 늘리기에 적절한 접전지여서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민주당 후보는 오바마와 거리두기를 분명히 하며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메시지에 주력했고 공화당 후보는 오바마와 민주당 때리기에 전념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밝은 미래’를 제시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 선거를 통해 얻어야하는 교훈을 공화당의 애덤 펏남 하원의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 “집권당에 반대하는 것으로 30%정도의 지지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반을 얻으려면 우리의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긍정적 이미지 만들기는 ‘티 파티’와의 결합으로 한층 어려워 질 전망이다.
켄터키 주 연방상원 공화당후보 지명전에서 티 파티 후보 랜드 폴의 압승은 그런 의미에서 공화당에겐 새로운 골칫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당의 최고위층인 미치 맥코넬 연방상원 원내대표가 적극 지지한 후보가 폴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당 리더십의 허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과격한 티 파티의 주장들이 폴의 입을 통해 전국에 회자되면서 공화당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티 파티는 양날의 칼이다. 목청 큰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단기적으론 확실히 공화당 표동원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넘어 무정부에 가까운’ 극단적 주장은 전국 정당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이미 폴은 개인의 인종차별권을 허용하고 민권법 전면지지를 유보하는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당 지도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지난 주말 켄터키에선 폴의 승리를 계기로 ‘당 단합대회’가 열렸다. 서로 껄끄러운 당 지도부와 티 파티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본선 승리위한 ‘단합’을 다짐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완연했다. 티 파티 후보의 승리는 엊그제 아이다호 연방하원 공화당 경선에서도 재연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전통적 공화주류와 과격한 티 파티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티 파티의 과격주장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티 파티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동원할 것인가, 당내 극우와 중도의 내분을 어떻게 진정시킬 것인가…본선 표밭에서 민심의 분노를 대변하는 티 파티에 어필하면서도 무소속을 끌어안기 위한 이념의 균형잡기가 공화당의 주요과제로 던져졌다.
25일 공화당 하원은 ‘아메리카 스피킹 아웃’이라는 웹사이트를 신설했다. 공화당 정강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온라인 광장이다. (첫날엔 마리화나 합법화에서 불체자에 주홍글씨 문신 등 황당한 의견들만 올라와 실망스러웠지만) 94년 공화당 압승의 동력이 된 ‘미국과의 계약’의 2010년 버전, ‘미국에 대한 약속’을 만들려는 밑 작업이다. 다음 주부터는 같은 주제로 공화당의 대안 마련 위한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도 시작한다.
금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세라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정치 환경이 공화당의 승리를 약속해주고 있다. 성난 민심은 집권여당을 향해 더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체감경기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그러나 민주당을 싫어한다고 해서 공화당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와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공화당이야말로 희망을 주는 정당이라는 확신이 심겨져야 이 절호의 기회가 확실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 왜 공화당을 찍어야 하나 - 아직 마음을 결정 못한 무소속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답변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박록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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