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본국 뉴스에 의하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한민국 사진대전’ 등에서 상(賞)을 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한국 사진 작가 협회 사무처장 김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사진 컨테스트가 비리로 얼룩졌다고 한다.
그 사무처장과 함께 협회 이사장과 한 여성 회원 등 44명이 배임 수재 혐의로 무더기로 입건되고, 네명의 심사 위원들이 업무 방해 혐의로 입건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 칼럼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이제는 문화계에도 부패가 만연되어 있으니 국가 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5년, 샌 프란시스코 한인 교회 연합회가 주최하는 사진 컨테스트에 심사 위원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이 소식을 들은 어느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었다. 자신이 출품하려는데, 출품 전에 사진 좀 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냥 출품하시라는 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낙선한 그는 "폴 손이 무슨 사진을 아느냐?"며 불평을 하며 다녔다. 이 동네 조그만 사진 컨테스트가 이 정도인데, 대한민국 사진 대전은 오죽하랴?
주는 놈이 있으니 받는 놈이 있는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응모자들은 사진 찍는다고 우쭐대고 싶은데 실력은 모자라고 돈은 있다 보니 대상(3000만원), 우수상(1500만원), 특선(700만원)에다 입선(100만~300만원) 등급에 맞춰 김씨에게 뇌물을 바쳤다고 한다. 입건된 한 작가는 "언제 그런 상 타보겠냐? 돈이 아깝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최근 3년간 사무처장 김씨가 받은 돈이 4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비싼 카메라 사들고 골빈 머리로 사진찍겠다는 그들이 불쌍해보인다. 그러니 가짜 학위 등 온갖 가짜가 범람도 한다.
이 기사는 이어서, "더 큰 문제는 사진대전만 복마전(伏魔殿)이 아니라는 것이다. 4월 28일에는 서울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돈을 주고 산 남의 그림을 출품해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에 입상한 재미교포 김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재작년 12월 2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화가 조모씨의 한국화를 출품시켜 대상 후보작까지 올랐고 결국 특선에 입상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남의 그림으로 각종 미술대회에서 8차례나 상을 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김씨는 자기 그림으로 번번이 낙선하자 남의 그림을 출품했다. 김씨에게 그림을 판매한 일부 화가 중에는 한국미술협회 이사도 있는데 이들은 김씨가 상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미국 사는 교포까지 이런 수준이라니...
작년 리치몬드 침례 교회가 주최하는 사진 컨테스트의 심사 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것은 노력하지 않은 사진으로 상을 탈려고하는 작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세번에 걸쳐 맡은 심사 위원장 직이지만, 누구 작품인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출품자들로부터 밥 한끼 공짜로 안얻어먹고 심사 위원장을 맡았음을 밝힌다. 부탁하려면 자신의 사진 실력 수준부터 어느 정도 올려놓고 부탁을 할 것이지, 대상을 그냥 공짜로 먹으려는 정신 구조부터 사진 작가 희망생들은 바꿔야한다. 그리고 남이 다 발표한 사진의 촬영 위치나 알아서 똑 같은 사진을 재생하는 것은 모방이지 결코 창작이 아니다. 자신이 프로 사진 작가라고 외쳐도 게의치 않겠지만, 부디 프로 수준의 사진 실력이나 먼저 쌓기를 바란다.
심사 위원들이나 주최측은 정치적으로 임하면 실패한다. 예술과 정치는 전혀 별개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있었던 어느 사진 컨테스트에 출품한 적이 있었다. 출품 사진은 미국의 "뉴욕시 캘러리 가이드 (New York City Gallery Guide)"와 "포토그래퍼즈 포럼 (Photographer’s Forum)"에 이미 출판되었던 작품으로 뉴욕 맨하탄의 "포토 디스트릭트 갤러리"에 전시되었던 작품이었다. 심사 후 반환하기로 되어있는 이 사진 한장이 누구의 농간으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었다. 어느 구석의 지하 조직에서 유통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한국 사진계의 현주소이다. 다행히, 이 출품 사진은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에 원판을 보관하고 있다. 어느날, 도용 작가가 있다면 법정에 서야할 것이다. 아무쪼록, 잔머리 굴리기 보다는 혼신의 힘을 쏟아 창작하는 작가들이 넘쳐났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