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지난 3년 반 간 다니면서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둔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화는 이렇게 전개될 것이다. “왜 관둬?”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하고 싶어서요.” “이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이 불경기에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네.”
이런 대화들이 오고가다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될지도 모른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기특해 하기보다는 당장의 걱정 때문에 말리려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기성세대들에게 직장은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곳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우리들의 삶에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직장에서의 만족도는 중요하다. 소위 ‘Y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에서의 만족도를 돈 보다도 더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이 만족도는 그저 직장 일이 재미없다거나 상사가 재수 없다는 등의 요인들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하고 있는 본질이 자신의 열정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현재 직장에서 터득하고 있는 기술이나 경력이 자신의 꿈이나 앞으로의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기여를 할 것인가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드림 잡’은 무엇인지, 만약 지금의 직장이 그렇지 못하다면 무슨 일을 할 때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비록 Y세대는 아니지만 최근에 다니던 직장은 나의 열정과 미래가 담긴 직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후 떠났다. 물론 나름대로 배운 점도 많고 열심히 일을 하긴 했지만 두 주에 한 번씩 월급이 고스란히 은행계좌로 자동적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나도 모르게 안일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서히 내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일이지만 사실 그때는 ‘autopilot’ 즉 자동항법장치에 의지해 직장생활을 했다. 이상적인 직장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직장도 아니니 일단 변화는 피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맡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자세이며 결국에는 피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부분 1세 한인들은 월급쟁이 직장을 선호하며 이런 직업을 자녀들에게 권유한다. 자녀들에게는‘사’자 달린 직업을 장려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들은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부모들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주말, 휴일도 없이 일을 한다. 이러니 자녀들은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지를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은 산업화를 통해 어느 나라보다도 번개 같은 속도로 국민소득이 올라갔고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오늘의 놀라운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제를 한 단계 성정시키는 데는 열심만으로는 안 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독립적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한국에서의 대학시절에 단 한 번도 내 사업을 시작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모두는 월급쟁이가 되려고 발버둥 치며 도서관에서 깨알만한 문제집들을 풀고 연습했다. 창업은 고졸이나 성적이 나뿐 사람, 혹은 이류대학 나온 사람들이 대기업, 고시, 방송사, 혹은 외국회사로부터 거절당하면 하는 일이라는 식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한인들은 창업을 한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해서 기피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하지 않는 일로 친다. 하지만 주류 사회에서는 대학생, 혹은 고등학생까지도 도전적인 창업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고 사회는 이를 장려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일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열린 생각과 꿈을 키워줘야 한다. 사회인이 된 후 큰 조직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월급쟁이로 살아가도록 유도하기 보다는(이것도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정말 원한다면 말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맛보도록 격려하고 돕는다면 어떨까.
조남주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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