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Axis of Evil)이란 말을 기억하는가. 이란, 이라크, 북한을 묶어서 지칭한 말이다. 하나, 하나가 불량국가(rogue state)들이다. 이 체제들이 저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손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기를 회교 테러집단에 공급할 가능성이 꽤나 높았다.
이 세 나라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2년 국정연설에서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 8년이 지난 오늘날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한 보도가 눈을 끈다. “새로 악의 축이 형성되고 있다.” 얼마 전 월드 트리뷴의 보도다. 이란과 북한은 저마다 여전히 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담 후세인 패망과 함께 사라진 나머지 악의 한 축은 새로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인 글로리아센터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중국, 이란, 북한이 미사일체계와 핵개발에 포커스를 둔 전략적 동맹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적 동맹은 미국의 안보는 물론 이스라엘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북한이 이란의 미사일개발을 돕고 있고 또 시리아의 핵 개발에도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보고서는 그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헤쳤다. 시리아와의 동맹이 강화되면서 헤즈볼라의 수뇌들이 북한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밝힌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문은 중국과 북한 이란의 삼각관계에서 북한이 맡은 역할이다. 중국은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중동지역에 군사적 교두보를 원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을 견제할 카드로 중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가 들어맞았다. 그 결과 주요 석유 공급로인 아덴만에 중국의 영구 해군기지가 건설될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서방의 여론을 의식해 직접지원의 모양새를 가급적 피하고 있다. 그 심부름을 맡고 있는 것이 북한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통한 간접지원이란 방식으로 이란을 돕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악역을 북한은 도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 방위청 장관 고이케 유리코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체계와 핵기술 판매를 통해 이란과 시리아, 그리고 중동지역의 모든 회교 테러집단이 망라된 반(反)미 동맹형성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의 북한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슬람이스트 극렬세력의 환심 사기다. 때문에 그만큼 북한의 핵무기가 테러집단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무기들은 그러면 주로 어떤 통로를 전달될까. 중국영토다.
그는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중국의 묵인 없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악의 축’이라는 비난은 삼갔다. 그러나 무책임한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월드 트리뷴의 분석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감이 있다. 중국을 대뜸 ‘새로운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그러나 어딘가 진실성도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악의 축’으로 불린 체제들은 하나같이 억압적인 체제들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도 마찬가지였다. 시아파 회교혁명정권인 이란의 신정체제도 억압적인 폭정체제다. 중국은 그러면.
13억 인구 중 절대다수인 10억의 인구가 폭정과 부정부패에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 300건 이상의 소요가 발생하고 있다. 대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비례해 늘고만 있는 것이 치안병력이다.
그 수치는 2,100만을 넘고 있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의 인민해방군을 7배 가까이 웃도는 방대한 병력이다. 그 예산은 연 750억 달러로, 중국의 국방비에 밑돌지 않는다. 이것이 공산당 통치의 중국의 오늘로, 그 모습은 기형에 가깝다. 집권통치세력이 절대다수의 국민을 사실상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면에서 중국은 ‘악의 축’으로서의 기본여건은 일단 갖추고 있다.
‘악의 축’으로 불린 체제는 기존의 질서에 항상 도전적인 체제들이었다. 중국은 그러면.
“세대는 바뀐다. 파워는 오만을 낳고, 먹다보면 식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새로 부상하는 열강은 새로 발견한 스스로의 경제력을 자신이 원하는 정치, 문화,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는 경향이다. 중국이라고 예외일까.” 조셉 나이의 말이다.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했나. 중국의 형상을 닮은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북경이 추구하고 있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 경우 오는 것은 한 세기 전 독일과 영국이 보여준 것과 흡사한 갈등이 예견돼서다.
중국은 새로운 ‘악의 축’의 일원인가.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천안함 사태로 중국은 장고에 들어갔다. 결국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그 답이 될 것 같다. 예감은 그리 좋지 않다. 기고만장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오만해졌다. 그런 중국이 그리고 있는 궤적은 사사건건 반(反)서방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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