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연작 ‘링 사이클’ 공연
LA오페라가 오랫동안 공 들여 준비해온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가 드디어 5월29일부터 6월26일까지 한달 동안 3세트(12회 공연)의 ‘링 사이클’을 공연한다. ‘오페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바그너의 ‘반지’는 워낙 방대하고 어려운 작품이라 웬만한 오페라단은 공연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하서사 악극이다. LA오페라는 총감독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5년여 동안 3,2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이번에 처음 공연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캘리포니아의 음악역사를 새로 쓰는 셈이다.
바그너 음악 진수 담긴 초대형 작품
오는 29일부터 한달간 3세트 무대에
아임 프라이어 초현실적 연출 인상적
제임스 콘론(James Conlon) 지휘와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 연출로 공연되는 LA오페라의 링 사이클은 종래의 어떤 다른 오페라단의 프로덕션과는 달리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이며 전위적이어서 작년 2월 1부작 ‘라인의 황금’이 공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페라 계에서 화제가 되어왔다.
아힘 프라이어는 화가로서의 활동도 활발한 예술가인데 그 때문인지 그의 프로덕션은 이미지가 굉장히 특별하고 강렬하다. 이번 링사이클도 연출은 물론 무대 디자인과 조명, 의상까지 그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주 특이한 무대를 만들어냈는데 그의 예술적 표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과 논란이 분분하다.
그 중 한가지는 프라이어의 특이한 무대 디자인과 의상 때문에 실제 공연하는 가수들이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특히 링 사이클의 무대는 14도 각도로 기울어진 둥근 스테이지로, 모든 공연이 이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경사 때문에 3부의 주인공인 테너 존 트렐리벤은 작년 가을 공연 중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을 입었다. LA타임스는 지난 14일 이들의 불평을 자세히 보도하고 연출자가 시각적 비전에 치중한 나머지 위험한 스테이지, 무겁고 특이한 의상과 분장 때문에 가수들은 음악적 표현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LA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링 사이클은 오페라 팬이라면 꼭 관람해야할 바그너 대장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바그네리안’ 혹은 ‘링 매니아’라고 불리는 바그너 골수팬들은 전세계의 링 프로덕션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관람도 하는데, 이곳 LA에서 바그너 음악의 진수가 담긴 오페라의 최고봉이 공연되는 것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아힘 프라이어 프로덕션의 이 오페라를 4부 내내 인조이 했음을 전하고 싶다. 독일 추상표현주의 미술을 무대로 옮겨놓은 듯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는 세트도 재미있고, 선과 악 신과 인간 사랑과 욕망과 죽음을 시와 음악으로 그려낸 바그너의 예술과 영혼은 관객들을 시공을 초월한 전설과 신화의 세계로 몰입케하는 감동을 주었다.
공연자들은 여러 ‘링 사이클’ 무대에서 호평받은 베테런 가수들로 구성됐다. 2부 ‘발퀴레’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의 열연이 참 멋있다.(Placido Domingo, Linda Watson, John Treleaven, Vitalij Kowaljow, Arnold Bezuyen, Richard Paul Fink, Graham Clark, Michelle DeYoung, Jill Grove, Eric Halfvarson 등)
링사이클의 전 4부작을 한번 완전히 감상하는 경험은 에베레스트 등정과도 같다고 한다. 그 오랜 공연(총16시간)을 견디어내는 것은 관객들이나 공연자나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특히 오페라 초보자라면 충분한 공부와 기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정숙희 기자>
4부 ‘괴터대머룽’에서 기괴한 분장을 한 알베리히 역의 리처드 폴 핑크와 하겐 역의 에릭 하프바슨.
3부 ‘지크프리트’의 주인공 존 트렐리벤이 열연하고 있다.
2부 ‘발퀴레’에서 보탄 역의 비탈리즈 코발리조프와 브룬힐데 역의 린다 왓슨.
※다른 사이클의 공연들을 선택하여 관람할 수도 있다.
※티켓 가격은 사이클 한 묶음으로 좌석 당 최저 100달러에서 2,200달러.
※Dorothy Chandler Pavilion 주소 135 N. Grand Ave. LA, CA 90012. (213)972-8001, www.laop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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