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Meditative Reading / 명상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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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practice meditative reading,
you do not read to gather new information,
but to enter a different state of consciousness.
명상 읽기를 수행하는 건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색다른 의식 상태에 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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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뭔가 읽는 시간이 많은 삶을 살아 오고 있습니다.
30 년 넘게 이 사람을 지탱해 온 내자는 간혹 ‘아직도 읽을 게
남았냐’고 농을 건네기도 하지요. 읽고 읽어도 또 읽을 일이
생기니 그저 고맙게 읽고 또 읽을 뿐입니다.
그런데, 읽는 시간에 비해 독서량이 그리 방대한 편은 아닙니다.
소위 문학이니 예술 또는 철학 등 인문학에 두루 넓은 식견을 지닌
분들과 대화하기엔 어림 없이 얄팍한 수준의 독서량을 가진 편이죠.
이런 저런 이름들을 마구 들이대며 그 방대한 독서량과 인문적
지식을 한껏 쏟아내는 분들께는 그저 미소로 응수하며 붉은 와인만
연거푸 마실 뿐입니다.
그럼 뭘 어떻게 읽기에 늘 뭔가 읽고 있는 중일까요?
자기성찰과 진리의 근본 명제에 접근하는 내용만을 읽는 편입니다.
이른바 ‘경전’ 류의 책들을 늘 읽는 중이죠. 그리고, 많은 시간을
같은 내용 비슷한 책들을 읽는 데 보냅니다. 인도의 성전 바가바드
기타, 요가 수트라; 중국 고전 도덕경, 장자, 주역; 예수의 복음서;
붓다의 경전; 그리고, 21세기에도 꾸준히 읽히는 지금 세상의
‘깨어난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들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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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practice meditative reading,
you do not read to gather new information,
but to enter a different state of consciousness.
명상 읽기를 수행하는 건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색다른 의식 상태에 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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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기는 되도록 피합니다. 아니, 속독 류의 책들은 오래 전에
끊은 것 같습니다. 재미로 읽는 독서는 어느 ‘거룩한 순간’ 이후
명상 독서로 자연스레 바뀌었습니다. 하이쿠 ( haiku, 俳句) 류의
아주 짧은 시도 일부러 공들여 읽는 게 습관이 된지 오랩니다.
침묵의 성자 라마나 마하르쉬의 잠언을 읽습니다.
“Your duty is to Be, and not to be this or that.”
[그대의 임무는 그저 참되게 존재하는 것, 이것도 저것도 되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말씀을 빨리 읽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빨리 읽기는커녕, 고요히 천천히 숙독해 읽고, 그리고 또 읽고
다시 읽으며 말 사이의 구두점까지 곰 씹어 읽습니다. 그리곤,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지그시 감은 눈 사이로 라마나의 느낌을
공유해 보는 겁니다.
알고 보면, 새로운 정보란 따로 없습니다.
아무리 복잡다단한 설명으로 우주의 섭리를 이리저리 설명하는
어려운 글들도 다만 본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제대로 전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다름 아닙니다. 실체를 여읜 상징이요 또 그 상징의
상징일 뿐이죠. 그래서, 명상적 읽기란 정보 수집 차원을 넘어 의식
변경의 수준에 이르는 자아성찰의 수행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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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practice meditative reading,
you do not read to gather new information,
but to enter a different state of consciousness.
명상 읽기를 수행하는 건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색다른 의식 상태에 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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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터티브 리~이딩’은 곧 ‘reading meditation’이기도 합니다.
명상적 읽기란 곧 읽기 명상이란 말이죠. 묵상적 의도로 성경의
시편이나 잠언을 읽는 게 곧 ‘meditative reading’입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합장한 채 반야심경을 묵송하는 것도 명상읽기의
수행입니다.
반야심경 중에서도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이란 구절 하나만
계속 읽고 또 읽는 게 바로 ‘meditative reading’입니다. 같은 글귀를
읽고 또 읽고 몇 차례 반복해 읽다 보면, 언젠가 홀연 그 동안
숨어 있던 참 뜻이 읽는 이의 심연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바로 그 때,
글귀의 ‘transformative power’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며칠 전, 몬트레이 사는 통영 시인 김동평 화백의 책 “내일오늘”을
읽다가 "해, 눈뜨다"란 시를 명상으로 만납니다.
“보라// 이슬이 떠 있고// 이슬 속에서/해가 눈뜨다//
아무도 건들지 마라/눈부신 세상을”
바로 이런 시를 읽을 때,
독자는 저절로 ‘명상적 읽기’에 들게 됩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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