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의 시대가 거하고 도의의 시대가 내하도다.” 이것은 기미독립선언문의 한 구절이다. 쉬운 말로 하면 “폭력의 시대가 사라지고 도덕의 시대가 오는도다”라고 할까.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험악하여 갈 뿐 도덕의 시대가 올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탈레반 테러,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기사(5월14일자 한국일보)를 읽으면 더욱 그렇다. 이에 따르면 한국이 결코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아니, 미군이 주둔한고 있는 한국이기에 이슬람(무슬림)들이 언제 테러에 휘말리게 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진단이다. 그런 점에서는 미국은 훨씬 더 위험한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이 보도에서는 무슬림의 현황이 여러 가지로 밝혀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무슬림 테러로 2,000명 이상의 무고한 생명이 살해되었다. 필리핀에서도 무슬림들의 테러로 피해가 그칠 날이 없다. 그리고 폭력테러를 주도하는 무슬림 교도들은 14억중에서 5-15%라는 통계도 제시되었다. 10%만 치더라도 1억4,000만명이 테러에 가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실로 인류 최악의 재앙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종교로 철저히 정신무장이 되어 있어 사생결단하고 덤벼드는 그들 아닌가. 만약 핵무기가 그들 손에 들어간다면 정말 지구를 폭파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해진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슬림들의 테러는 온 인류에게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9.11테러로 말미암아 비행기 탈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고통과 수모를 겪고 있는가? 비행기가 공항 게이트에 안전히 도착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불안에 떨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슨 신통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전쟁을 한다고 테러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오히려 폭력은 더 나쁜 폭력을 낳을 뿐이다.
허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슬람 학자들 사이에 테러는 이슬람 신앙에 정면 배치된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요전에도 터키의 이슬람 지성인이, “자살폭탄테러는 알라신에 대한 반역”이라는 주장을 폈었다. 이처럼 무슬림 지도자들이 이슬람교를 평화의 종교로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선다면 문제해결의 서광이 비친다. 그리고 온 세계는 그런 온건파들의 활동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미국이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역사가들은 20세기를 공산주의 흥망시대로 일컫는다. 1917년 옛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폭력혁명에 의하여 정권을 쟁취한 뒤 70년간 지구의 3분의2를 지배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세기 말에 공산주의 정권은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다. “폭력혁명”이 그 중요한 것의 하나다. 이것은 악명 높은 ‘공산당 선언에“폭력혁명에 의하여”(by the forcible overthrow) 모든 사회체제를 뒤엎으라고 한 구절 때문이었다. 25년 뒤에 폭력혁명의 부작용을 뒤늦게 깨닫고 “혹은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서도”(by peaceful means)라고 첨가했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폭력혁명에 맛을 들인 공산정권은 마치 고기 맛을 본 사자처럼 더욱 사나워졌고 결국 인민들을 철권폭력으로 다스리게 되었다. 권위 있는 통계로는 이 폭력혁명과정에서 1억명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미국 역사에서는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말콤 엑스는 이슬람을 배경으로 흑인 폭력혁명을 주도했다. 그러나 킹 목사는 백인과 흑인의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비폭력 저항을 주도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 모두 암살의 비극을 겪었지만 그러나 누가 끝내 이겼는가? 말할 것도 없이 킹 목사였다.
이제 거듭 바란다. 이슬람은 ‘죽이는 종교’에서 벗어나 ‘살리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아니, 어느 종교이든지 그것이 무릇 참 종교가 되려면 사람을 살리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죽이는 종교라면 그것의 존재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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