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54명, 행방불명 70명, 부상 3,028명, 기타 피해 1,628명! 지난 1980년 5월 18일부터 총 9일간의 ‘광주 민주화운동’ 기간 중 발생한 전체 희생자들의 규모를 5.18 기념재단에서 공식 집계한 것이다. 먼저 이분들을 비롯한 모든 대한민국 민주영령들께 깊이 머리 숙여 기도드린다.
고려 말 대 석학인 목은 이색 선생이 저서 ‘석서정기’에서 “광지주(光之州)”라 이름 하여 유래한 빛고을 광주, 판소리가 유명한 문화, 예술의 도시 광주에서 저와 같은 엄청난 비극이 발생한지도 올해로 어언 30년이 되었다.
1979년 부산, 마산 시민과 학생들의 의거로 유신독재의 종식을 촉발시킨 ‘부마항쟁’이래 불법적인 무력으로 ‘유신 독재체제’의 계승을 도모하며 정권장악을 추진하던 정치군부의 총칼에 맞선 5.18 광주 민주항쟁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시민투쟁이었기에 광주의 희생은 고귀하고, 광주의 이름은 더욱 의롭고 숭고한 것이 되었다.
이처럼 역사적인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3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매년 행사를 주관해 온 워싱턴 호남향우회는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가 동포사회를 대표하여 행사를 주최할 뿐 아니라 특별히 함께 주관도 하면 좋겠다는 제의를 정중히 해왔다. 비록 부득이한 사정으로 성사는 되지 못했지만 호남향우회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5.18 의거는 우리 민족사에 면면이 이어져온 자유, 정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으로 상징되는 3.1 독립운동과 4.19 혁명정신을 계승하여 표출된, 또 한 번의 자랑스런 자발적 시민 저항운동이었기에 당연히 범동포적으로 성대히 치루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고 오늘날 우리가 정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놀라는 발전을 성취해 가는 당당하고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과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나갈 책임감도 함께 키워 갈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 현대사의 큰 아픔인 동시에 자랑이기도한 5.18 광주 민주항쟁을 아직도 일부 진보진영에서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며 ‘반미’ 정치투쟁의 소재로 악용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권보호, 평등추구, 복지증진, 환경보호 등 우리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는 참으로 소중하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는 집단 학살과 공개 총살이 버젓이 자행되고 20만 명 이상의 북한 동포들이 감금되어 있다는 북한의 강제 수용소 및 잔혹한 인권탄압에 대한 탈북동포들의 생생한 증언과 증거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미국의 북한 탄압을 핑계 삼아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진 봉건적 세습 독재정권의 모든 테러와 악행 그리고 핵개발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김정일의 비호에 급급한 위선적 이중성을 노출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진보’의 탈을 쓴 김정일 공산당의 하수인이라는 오해 속에 대중성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동포사회를 포함한 전 대한민국 국민 중에 북한동포를 해방시키고 돕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즉 문제의 본질은 ‘친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친 김정일이냐 아니냐’이며 ‘친 북조선 공산당이냐 아니냐’이다.
치욕적인 한일합방으로 나라 잃은 100년, 민족의 처절한 아픔인 6.25 남침도발 60주년인 올해, 외세를 탓하기 전에 시대 정신과 세계사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한 채 당파적 대립에만 눈이 멀어 무지하고 무능했던 우리 선조들, 외세에 빌붙어 일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고 민족을 배신한 우리 선조들,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민족의 가슴에 스스럼없이 총을 쏘며 수백만 동포의 생명을 앗아간 6.25 침략 전쟁의 원흉들의 모습을 오늘의 우리들이 행여 닮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없이 좋겠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의 5.18 정신이 ‘엉터리 보수, 사이비 진보’를 넘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유례없는 폭력정권, 공산독재에 신음하는 북녘의 애처로운 우리 동포들을 해방시키는 자유통일, 민주통일의 신성한 기운이 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5.18 평양 민주항쟁,’ ‘5.18 신의주 민주항쟁,’ ‘5.18 개성 민주항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북한 땅 구석구석을 들불처럼 밝혀가는 ‘북한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곳 워싱턴 동포사회가 앞장서기를 염원해 보며 다시 한번 5.18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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