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A Subtle Joke / 미묘한 유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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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an I get you?
Make me one with everything.
뭐로 드릴까요?
다 넣은 걸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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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튼 거리에서 벌어지는 광경입니다.
어느 중년의 신부님이 길에서 핫도그를 파는 손수레 행상에게
다가갑니다. 흠~ 맛있어 보이는군. 모락모락 김이 나는 소시지에
양파와 오이지 양념, 그리고 붉은 케첩과 노란색 겨자 등등이
가지런히 놓인 손수레 뒤의 행상이 묻습니다. 뭐로 드릴까요?
What can I get you?
그러자 잠시 메뉴 판을 들여다 보던 신부님이 미소로 청합니다.
Make me one with everything. 다 들어간 걸로 하나 만들어 주소.
그러자, 눈을 크게 뜬 행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 역시 신부님이라
말씀이 다르구나” 하며 속으로 감탄합니다. 왜냐고요? 신부님 주문을
다시 한 번 잘 들여다 봅니다.
Make me one with everything. 무슨 말이던가요?
나에게 하나 만들어 주세요, 모든 것과 함께. 잠깐! 다시 해 보죠.
나를 하나로 만들어 주세요, 모든 것과 함께. 가만! 다시 말해 봅니다.
Make me “ONE” with everything! 아차, 그러고 보니 말씀에 어떤
강조 부분이 있었군요. 나로 하여금 만물과 “하나”되게 하소서!
잘 듣고 보니,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경지,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를 핫도그 행상에게 은근히 전하는 주문(呪文)이 바로
‘다 넣은 걸로 달라’는 주문의 참 뜻이었군요.
진짜 그럴까요? 물론 아니죠. 사실은 별 뜻 없이 그저 ‘다 들어간
걸로 하나 만들어 달라’는 표현이 공연히 듣는 사람의 형이상학적
기대에 맞춰 부풀려 해석된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We hear what we want to hear. 우린 듣고 싶은 대로 듣습니다.
We see as we want to see. 우린 보고 싶은 대로 봅니다.
Projection makes perception.
투사(投射)가 지각을 만들어 냅니다.
마음 속 그림이 마음 밖 세상을 만들어 내는 셈이죠.
그래서, 준비된 학생에겐 스승이 저절로 나타난답니다.
When the student is ready, the teacher will appear.
아니, 사실 늘 있어 온 스승인데, 준비가 되고 보니
이제 비로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따름이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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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I get my change?
A real change comes from within!
잔돈 안 줘요?
참된 변화는 내 안으로부터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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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별 뜻 아닌 신부님의 핫도그 주문을 거룩한 주문(呪文)으로
해석한 행상이 보기에도 푸짐한 핫도그를 건네고 10불짜리 지폐를
받습니다. 그런데, 만면에 웃음을 띈 행상은 전혀 잔돈을 되돌려 줄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주문 판에는 분명히 5불 50전이라
써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신부님이 좀 어색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Can I get my change back? 속으론 4불 50전씩이나 팁으로
내는 게 좀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잔돈을
받으면 1불 정도는 계산대 옆 깡통에 넣으리라 생각은 했었지만
정작 잔돈 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 이 뻔뻔한 행상의 웃는
얼굴이 좀 밉상이기도 해서 굳이 잔돈 얘기를 꺼낸 겁니다.
그러자, 신부님을 빤히 쳐다보며 빙긋 더 큰 미소를 짓는 행상
가로되, “A real change comes from within!” 진짜 변화는 속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거듭 낢’의 은총을 얘기하고,
그렇게 ‘Being Born Again”의 체험을 서로 간증하며 참된 삶의
‘변화’를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 때 말하는 ‘change’와 잔돈을
말하는 ‘change’가 같은 단어임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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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an I get you?
Make me ONE with everything!
뭐로 드릴까요?
나로 하여금 모두와 ‘하나’되게 하소서!
Can I get my change back?
A real change comes from within!
잔돈 안 줘요?
참된 변화는 내 안으로부터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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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동문서답이 돼버린 대화 속에, 삶의 진실이 온 천하에
즐비함을 실감합니다. 생사의 실체에 관한 질문과 답들은 늘
그렇게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답은 질문이 사라진 경지일
뿐입니다. 굳이 답을 찾지 않는 게 최선의 답이죠. 때가 되어
준비되면, 모든 질문들이 홀연 사라지고 맙니다. 질문하는 의식은
‘얼 차리는 농담’을 들어도 크게 웃질 못합니다. 그저 묻기에 바쁜
나머지 웃을 여유를 잃었기에 말입니다. 허~참!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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