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예측을 불허 한다. 며칠 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위기는 넘긴 듯하나 그 돈이 ‘언 발에 오줌 누기’인지 아니면 활활 타오르는 불에 물을 끼얹었지만 ‘불씨는 재 속에 남아 있는지’ 아직 누구도 모른다.
그리스가 넘어지면 독일을 제외한 여러 유럽 국가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 같아 독일이 좌불안석인 모양이다.
미국이 재작년 서브 프라임 사태에서 금융 위기로 휘청거렸을 때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했다.
이에 비해 그리스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지구촌은 이제 이웃이고 글로벌 시대라는 것이 실감이 간다.
하기야 극동의 자그마한 나라, 한국에서 천안함이 바다에 가라앉은 날,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미국증시가 폭락하고 달러가 폭등할 정도이니 지구촌이 좁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그리스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가 학교에서 세계 4대 성인을 배우게 되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인이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 제자 크리토에게 “에스쿨라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 빚진 게 있으니 잊지 말고 갚아주게“라고 부탁한 후 독배를 마셨다.
그 외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그리고 의술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도 그리tm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연소로 세계를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그리스인이고 마라톤의 발원지도그리스이고 제우스를 비롯한 온갖 신화의 중심지도 그리스이다.
근대에 와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자 그의 부인 재클린이 다시 시집을 간 곳이 돈 많은 선박 왕 오나시스가 있던 그리스이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 한국과 한판 붙는 팀이 또한 그리스이다.
그러니까 그리이스는 철학의 중심지이고 신화의 중심지이고 의학의 발원지 이며 체육 올림픽의 꽃 마라톤의 진원지이니 요즘 말로 ‘인류 문명의 중심지이고 출발지’인 셈이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을 때 당시 로마의 권력자들은 그리스 귀족들의 서가에 꽂힌 서적과 예술품을 자신의 서가와 안방에 실어 나르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로마의 지성인이 되려면 그리스 문화를 알아야 행세를 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 자녀들의 명심보감을 비롯, 사서삼경과 그 외 중국의 공자, 맹자가 쓴 책을 반드시 읽어야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혜신씨가 쓴 ‘그리스 문화 산책’을 읽어 보면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가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오히려 그리스가 미개한 정복자를 지배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서양 역사의 진수인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도 “로마인들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런 그리스가 휘청 거리고 있다. 아무리 높은 지성과 전통과 역사가 있어도 빚 앞에서는 속수무책임을 볼 수 있다. 소위 ‘빚 앞에는 장사가 없다.’ 라는 말이다. 유럽 언론들은 그리스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과 한데 묶어 ‘돼지(PIGS)’라는 굴욕적 표현을 쓰고 있다. 애당초 그리스가 그들의 선조 소크라테스가 빚 갚기를 당부하고 떠난 사례를 기억했더라면 오늘날 ‘돼지’라 불리는 수모는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TV를 보면 분노에 찬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시민들이 경찰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이 IMF를 만났을 때 금모으기를 하고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모국에 달러를 보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사실 한국의 금모으기 스토리는 국경을 초월해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며 국가 브랜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수백 만명이 장롱 속에서 거북이 귀고리, 반지를 뽑아서 20억달러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감동 스토리가 아닌가? 위기의 대처 방법으로 금 모으기를 했지만 국가가 하나로 뭉친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2008년도 말에도 얼마나 많은 미주 동포들이 한국으로 달러를 보냈던가.
나라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민초들(grassroots)이 그렇게 노력한 것은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위기를 만났을 때 두 나라의 대처 방법이대조적임을 볼 때 한국인의 단결심과 저력이 자랑스럽지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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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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