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MBC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는 국제정보 센터라고 하는 기구가 있다.
1950년에 세워진 이 기구는 정부와 재벌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면서 운영되는데 처음 하는 일은 주로 일본을 세계에 바르게 알리는 일이다. 예를 들면 전 세계에서 일본에 관계되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구입하여 일본에 대해 잘못 씌어진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 주는 일을 한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의 사진이 볼품없이 찍혀 있으면 다시 멋있게 찍은 사진을 보내주고, 일장기의 붉은 원이 너무 작든지 커든지 하면 새로 찍은 일장기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동해가 ‘East Sea’라고 적혀 있는 문서가 있으면 East Sea가 아니라 ‘Sea of Japan’이라고 고쳐주고, ‘Dokdo’라는 표기가 나오고 그것이 한국 영토로 표기되어 있으면 그것은 한국영토가 아니라 일본에서는 ‘다께시마’라고 부르고 국제적으로는 ‘리앙크루트 락’이라 불리어 지는 돌섬인데 현재 일본과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에 있다고 고쳐 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 기구는 활동 범위를 점점 넓혀 동아시아 역사에까지 손을 데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한일 합방은 일본의 무력에 의한 강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하여 한일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고쳐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일본 국제정보 센터가 맹렬히 활약을 하고 있으니 동아시아에 대하여 책이나 논문을 쓰고 싶은 외국, 특히 미국의 학자나 연구자들은 책이나 논문을 쓰기 전에 아예 이 기구에 먼저 자문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후손들이 미국에서 다른 것은 다 배워도 좋지만 동아시아 역사만큼은 절대로 배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신문에 ‘북한 인권탄압에 침묵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한반도에서의 주요 모순(矛盾)은 미국의 탐욕이고, 북한의 인권탄압은 미국의 탐욕 때문에 빚어진 종속모순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권을 억압하는 김정일보다 그것을 나무라는 부시가 더 미워서 우리는 침묵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미국의 탐욕을 설명하기 위하여 1905년에 있었던 가쓰라-타프트 밀약(필리핀을 미국이 갖는 대신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로 한다는 협잡)을 예(例)로 제시하고 이 밀약은 1882년의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배신한 미일간의 추악한 협잡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랬더니 재미 동포 조모씨가 발끈하고 반론을 내면서 가쓰라-타프트 밀약을 합리화하고 나섰다. 그 내용은 조선은 곧 망할 나라인데 미국이 왜 곧 망할 나라를 위해서 국익을 제쳐놓고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수록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역사관은 최근 일본 어느 각료가 말한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는 역사의 필연”이라는 역사관과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는가 말이다.
한국에서는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각종 채용시험에서 국사는 중요한 과목이 아니고, 곧 고등학교에서도 국사는 선택과목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국사를 이렇게 소홀히 다룰까?
내 생각에는 국사에 나오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쓰라-타프트 밀약도 불편한 진실이고, 케넌 구상(構想)도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케넌 구상이란 트루만 대통령 시절 죠지 케넌(George Kennan)이라는 외교관의 구상인데, 한반도와 만주를 묶어서 다시 일본의 식민지 통치하에 두게 하여 소련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다.
그러면 왜 이런 역사적 사실이 불편한 진실이 되는가 하면 이런 역사적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반미 감정이 생길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런 불편한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수난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반미감정 공포증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사를 모르면 독도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목소리만 높여 보았자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이 별로 없다(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리고 국사를 모르면 얼빠진 민족이 되고, 얼빠진 민족은 영토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jkhwang1@yahoo.com)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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