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 주택 모기지 파동은 사상 최대의 버블이 터지면서 벌어진 것이다. 부동산 버블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그 후유증 등 그 전모를 밝혀줄 연구가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많다.
첫째는 이런 엄청난 사건은 일조일석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1년 미 주택 가격이 두 자리 수로 급등하자 버블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처음 이에 솔깃하던 사람들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등 경고를 비웃듯 집값이 계속 뛰자 ‘세상이 바뀌었다’ ‘집값은 원래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이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2007년 드디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가 급증하면서 주택 시장과 관련된 경고음이 나왔음에도 대다수는 ‘이는 시장의 극히 일부분이며 대다수 주택 시장은 괜찮다’라는 이야기를 더 믿었다. 그 때라도 집을 판 사람들은 수많은 주택 소유주가 훗날 집값 하락으로 겪었을 파산과 차압 등 고통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였다.
둘째 교훈은 버블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 버블이 부풀기 시작하면 서서히 바람을 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버블이 부푸는 동안은 모든 사람이 즐겁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사람은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일반 사람은 물론이고 감독 당국도 괜히 잘못 손댔다 나중에 덤터기를 뒤집어쓰느니 그냥 놔두자는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호랑이가 얼마나 달릴지는 모르지만 달리는 동안은 재미있고 뛰어내리는 것은 아픔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잘못된 치료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주택 버블의 근본 원인은 2000년 하이텍 버블이 터지면서 경기가 급강하 하자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급속히 내린데 있다. 실질 금리가 인플레보다 낮아지자 너도나도 돈을 빌려 투기에 나섰고 그 투기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 주택 시장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잔뜩 샀다 코너에 몰린 리먼 브러더스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처방이 나왔다. 당시 정부 당국은 크다는 이유로 리먼을 구제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유로 파산을 허용했다.
이 역사상 최대 파산의 하나인 리먼 몰락의 파장은 컸다. 불과 수개월 사이 미 주가가 반 토막 나고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 뒤에 리먼보다 규모가 큰 골드만삭스는 정부 도움 덕에 살아나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리먼에 이어 골드만까지 무너졌다면 세계 경제는 장기간에 걸친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 유럽 각국은 1조달러에 달하는 긴급 구제 기금을 만드는데 합의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부 유럽의 금융 위기가 퍼질 경우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전체가 다시 한 번 금융 쇼크에 휩싸일 수 있다는 공포가 이런 천문학적 기금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금융 위기는 미 주택 모기지 파동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남부 유럽 국가들이 분에 넘치는 지출을 계속하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오래전부터 나왔음에도 투자가들과 유럽 은행들은 이들 국가들의 가치 없는 국채를 꾸준히 사줌으로써 시간을 끌며 위험의 크기를 키웠다.
그나마 유럽 각국이 이처럼 빨리 대응에 나선 것은 그리스 사태를 방치했다 리먼의 재판이 될 경우 그로 인한 비용은 나중에 몇 배가 되리라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유럽 구제 기금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일 미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400 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며 지난 주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불안에 떨던 투자가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향후 전망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 국가들이 국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감수해가며 고통스런 긴축 정책을 실천에 옮길 의지가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사태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은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가주와 미국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민경훈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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