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당연히 신문을 읽는 것이다. 점점 많아지는 광고페이지를 헤집고 관심 있는 일을 찾아보면 역시 전공이 전공인 만큼 사회와 교육 분야의 정보이다. 스포츠 면이나 지역사회 정보 중에 장학금 모금을 위한 행사 소식이 있으면 가끔 동참을 하곤 한다. 얼마 전에 골프도 치고 장학금 모금에 도움도 될 것 같고 해서 머리도 식힐 겸 참가를 했다. 물론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누굴 돕겠다는 대단한 마음가짐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갔다. 아는 사람이 없어 좀 거북한 마음이 들더라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는 스스로의 목표를 정하기까지 했다.
행사준비위원들이 계획한 정도의 규모였고 모인 사람들도 다 명랑해보였다. 행사진행이 계획보다 1시간30분 정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느 한 사람 불평을 하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고 성숙한 한인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부담스럽던 마음이 그나마 가벼워졌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내가 데리고 간 도우미 견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서로에게 내가 누군지를 물어보았고 곧 내가 불청객임을 알아차린 후에는 그나마 개를 쳐다보며 인사하던 것조차 오히려 미적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 혼자로 스스로 ‘불청객’이란 느낌을 받고 살아온 경험은 적지 않다. 특히 미국 주류사회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늘 타인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연방정부에서 하는 모임에 가면 더욱 더 그렇다. 교육계에서는 캘리포니아조차 마이너리티 주에 속할 뿐만 아니라 모이는 사람들 중에 아시안도 거의 눈에 띄지 않으니 나는 마이너리티 인종에 속하게 되고 특히 장애를 가진 여자는 더욱 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니 난 늘 물위에 떠도는 기름 같은 느낌으로 산다. 어느 땐 개성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땐 고달픔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느낌이다.
사회구성원간의 편견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올포트(Allport, 1954)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내편(In group)과 네편(out group)으로 나누고 내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보살핌의 마음을 나누는 반면 네 편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편견과 증오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 예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내편’이라고 느끼는 사람들과는 모르는 사람과도 하이파이브를 하고 웃고 어깨동무를 하고 거리를 활보하지만 다른 팀을 응원하는 ‘네편’에게는 공격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늘 느끼며 살아오는 느낌인데도 불청객으로 스스로 자처하며 간 이번 모임에서는 장애인의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라리 나에게 누구인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소속이 어딘지를 직접 물어보고 내편이인지 네편인지를 가르면 내 마음도 편안할 텐데 그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내 뒤에서 내가 누구인지 수군댄 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장애인을 대할 때 올바른 방법의 그 첫 번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왜 직접 장애인에게 물으라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대화의 기회 자체가 내편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을 주고 또 자신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두어 분이 나에게 참가해 주어 감사하다고 한 정중한 인사에서 작은 나의 존재가 눈에 띄는가 싶어 좋았지만 그것보다 더 갈망했던 것은 치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작은 인간관계였다. 뒷팀의 사람들이 서로 사탕을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사탕을 초월할 나이도 훨씬 지난 나는 그때 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었던 것이 너무도 서럽고 외로웠다. 장애인들에게 법제도적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운동도 좋고 교회나 사회에서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그들의 존재를 인식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작은 말과 행동에 그들을 포함함으로써 스스로 내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줄 때 진정으로 그들이 편견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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