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던 왕년의 명배우 중 하나는 챨톤 헤스톤이었다. ‘벤 허’나 ‘십계’ 등 영화에서 받은 좋은 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전국 소총연합회(NRA)의 회장이된 다음부터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었다. 특히 그가 총기 규제법안들의 제정을 철저히 반대해 오던 가운데 특히 2000년 대선 때 고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총기 단속을 추진하여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 시민들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갈 것이니까 시민들이 단결하여 그를 낙선시켜야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NRA 연례 총회에서 독립 전쟁 때 쓰인 소총의 모조품을 손에 들어 높이 치켜 올리면서 “고어씨, 내 목소리를 잘 들으십시오. 내가 죽어서 내 손이 차가워져야만 총을 빼앗아갈 수 있노라”고 자못 선동적인 연설을 하고 나서부터 특히 그러했다.
19세기의 불란서의 정치학자 토크빌이 미국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 중 하나로 미국인들이 취미와 이해 관계 중심으로 단체 조직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미국에는 특히 워싱턴 DC에는 온갖 조직의 연합회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는 NRA라고 연방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이 지적한다.
우선 400만에 육박한다는 회원 수가 압도적이며 따라서 재정상태가 튼튼해서 민간인 총기 소유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제한하려는 후보자들에 대한 낙선 운동도 불사하는 조직이니까 그럴만 하다.
1963년의 케네디 대통령 암살, 마틴 루터 킹 박사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암살,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저격, 그리고 몇 년 전 버지니아텍에서의 비극적 대량 살인 사건 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총기 단속, 총기 구입 규제 등이 거론되어 왔지만 탁상공론에 그쳐 구라파 여러 나라들을 포함한 모든 선진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민간인들의 사냥총이 아닌 전쟁용 또는 공격용 권총, 소총, 그리고 반자동 기관총들의 소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이다. 모든 선진국들보다 권총 사용을 수반하는 강도, 살인 등 폭력 사건들이 가장 많다는 오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국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이유는 독립전쟁, 서부 개척시대의 역사와 함께 헌법 부칙 제2조에 ‘통솔이 잘되는 민병대가 자유로운 주(州)의 안전에 필요한 고로 시민들이 무기를 소유하고 간직할 권리는 제한될 수 없다’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무기 소유 권리는 민병대와 관련되어서만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들의 권리는 아니라는 주장들도 있어왔지만 2007년 10월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대 진보 성향 판사들이 뚜렷이 양분된 5 대 4의 결정에서 부칙 제2조의 권리는 민병대와 관계가 없는 개인들의 권리라고 판시한 바 있었다.
컬럼비아 특별 지구 등등 대 헬러(District of Columbia, et al. v. Heller)라 명명된 그 사건은 DC법이 개인들의 권총 소유를 금하고 시민들이 집에 둘 수 있는 등록된 소총들도 장전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을 헬러라는 사람이 NRA 등의 도움을 받아 도전했던 바 대법원은 헬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NRA가 쾌재(快哉)를 불렀을 것은 쉽게 짐작될 수 있다. 그러나 NRA가 일반 시민들의 무기 소유권만이 아니라 테러분자들의 소유권마저 옹호하고 있는 데야 도가 지나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 뉴욕 번화가에 다행이 어설프게 장치되어 불발탄이 되기는 했지만 프로페인 개스통이 폭발되었다면 인명 피해가 대단했을 차량을 주차했던 테러 미수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된 파이잘 샤자드는 커네티컷주에서 총을 사서 비행기를 타러 가던 차 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상원 어느 분과위원회에서는 테러리스트 의혹 명단에 든 사람들은 총을 살 수 없도록 하자는 제안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부시 행정부 때에도 테러리스트 요주의 명단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은 폭약물이나 총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도록 의회에 촉구한 바 있었지만 NRA 등 총기규제 반대 세력들의 로비로 실패된 바 있었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그와 같은 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총 로비(Gun Lobby)는 반대를 계속하고 있다. NRA의 입장은 테러리스트라고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총을 못사게 되면 총 규제법들이 점차로 강화되어 종국에는 준법 정신이 투철한 시민들도 총을 못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주장이라니까 어불성설(語不成設)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말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미국의 심각한 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냥총 등을 제외한 무기의 소유권이 문명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여간한 괴리가 아니다. 어떤 의원의 지적대로 만약 테러리스트가 합법적으로 구입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의 손에 피가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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