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들 중에 히틀러와 스탈린이 머리 부분에 거명된다는 것은 역사가들의 확고부동한 결론이다. 불과 13년 통치하는 동안 유대인들만도 600만을 학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럽을 피바다로 만든 히틀러와 레닌의 후계자로 소련의 공산 정권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2000만 이상의 인명을 희생시킨 스탈린은 분명 닮은 꼴이다. 민족사회주의다 공산주의다 해서 이념은 달랐지만 반대는 물론 이견조차 허용되지 않는 전체주의 독재를 구축했던 점에서 그렇다. 그 둘은 1939년에 두 나라의 외무장관 이름을 따서 ‘몰로토프·리벤트롭’ 조약이라고 불리우는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어 유유상종(類類相從)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채 2년도 못되어 독일이 소련을 침공함으로써 무효가 되었지만 그 조약의 한 후유증으로 폴란드는 반은 독일군이 반은 소련군이 점령하게 된다. 스탈린의 비밀 경찰 NKVD가 폴란드 군장교 등 2만명의 엘리트들을 러시아의 카틴 지방에서 학살한 것이 1940년이니까 올해 70주년이 된다.
소련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의 러시아 정부는 그 학살 사건을 나치의 만행으로 주장해 왔던 바 있었다. 극히 최근에 들어서야 그 학살이 스탈린의 명령 아래 일어난 일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4월 초에 카틴에서 러시아와 폴란드 요인들이 참석하는 추모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렉 카진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100여명의 정관계 요인들은 폴란드 수상의 일행이 러시아 고위층과 갖게 된 공식 행사 며칠 뒤에 또다른 추모 행사를 가지려고 카틴 지방으로 비행하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폴란드는 국상을 치르게 되었던 것이다. 폴란드의 중앙은행장, 합참의장, 군의 수뇌부 그리고 정관계의 요인들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희생되었기에 국민들의 애도 표시는 절실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군통수권자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은 주로 의전적인 역할만 하고 정부의 실질적 통괄은 총리가 하는 내각책임제라서 당장 국가의 경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폴란드 최고 엘리트들의 돌변사는 국가적인 대 변괴임에 틀림없다.
렉 카진스키 대통령의 일생은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삶이었다. 렉 카진스키와 그의 쌍둥이 형제는 1944년에 나치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바르샤바 항거에 참여했던 애국자 부부에게서 태어났다. 그 두 형제는 영화의 아동배우들로 활동하다가 법을 전공한 후 폴란드 공산 정권에 대한 저항 운동을 지하에서 벌이게 된다. 그리고 1980년대의 반 공산주의 노동운동인 솔리다리티(자유노동조합)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여 렉 바웬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했고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에 자로슬라브 카진스키는 총리가 되었고 렉 카진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바 있다.
공산주의는 물론 사회주의도 반대하는 철저한 민주민족 자유주의 신봉자들인 카진스키 형제는 폴란드에서 공산주의의 잔재를 일소하며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역사적 범죄를 기억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우파 정당을 영도해 왔다.
금년에 재선을 도모했을 렉 대신에 자로슬라브가 대통령에 출마할 런지가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병원에 입원 중 위독하다는 쌍둥이 형제의 모친에게는 아들 하나의 비행기 사고를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많은 폴란드인들을 슬프게 한다는 보도이다.
히틀러의 만행과 스탈린의 잔혹사가 만천하에 들어나는 것을 보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언제 올 것인지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것이다. 6.25의 동족상잔을 시작해 수백만을 희생시킨 김일성의 죄악사, 휴전이후에도 간간히 벌여온 테러 행위들, 특히 가장 최근 천안함 공격으로 46명의 인명을 빼앗아간 김정일 정권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통치행태를 답습하는 전체 독재주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중국이 분단된 한국 반도의 현상 유지를 중국의 국익으로 판단하여 김정일 체제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계속하는 한 한국이나 미국이 김정일을 응징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폴란드는 공산 치하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가 허용되었기에 카진스키 형제 등이 반 공산 자유노동조합 운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국민들이 바로 북한 사람들이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운을 내세우는 데야 히틀러나 스탈린 조차 해보지 못한 독재의 세습이라고 한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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