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첫 번째 토요일에 열리는 세계 최고 전통과 권위의 경마 대회 켄터키더비(올해 우승상금 140만달러·총상금 219만달러). 전 세계의 갑부 경마주들이 종마로서의 가치를 천문학적인 단위로 올리기 위해 이미 100만~1,000만 달러 단위로 거래 되는 세계 최고 준마들을 내보내는 1.25마일 헤비급 타이틀매치 레이스에서 지난해에는 뉴멕시코의 조그마한 경마장 트레이너가 직접 트레일러에 실어 픽업트럭으로 끌고 간 ‘마인 댓 버드’(Mine That Bird)가 챔피언에 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출전자격 자체가 의심스러웠던 롱샷 중의 롱샷이 대회 역사상 두 번째로 큰 50-1 잭팟을 터뜨린 것.
‘스피드 지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돈을 걸 수 없는,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 주 220대1 배당률을 내건 인터넷 도박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경마계 역사상 최대 이변이 연출됐다.
그 유명한 ‘바이어(Beyer) 스피드 지수’가 나온 이후 가장 낮은 지수로 켄터키더비 정상에 오른 경주마는 2005년에 역시 50-1로 우승한 ‘자코모’(Giacomo)였다. ‘자코모’는 켄터키더비 우승 전 ‘98’을 뛴 게 최고였는데 ‘100’을 여러 번 거뜬히 넘었던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마인 댓 버드’에 비교하면 ‘자코모’는 ‘양반’이다. ‘마인 댓 버드’는 켄터키더비에 출전하기 전 고작 ‘81’을 기록한 게 최고로 이 대회 출전 자체가 영광인 모양세였다.
그런 ‘마인 댓 버드’가 5월 첫 토요일에 가서는 어떻게 갑자기 ‘105’를 달렸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된다. 이는 17마신차로 빨라진 것을 의미한다.
그 당시 ‘마인 댓 버드’에 대해 볼 것은 벨몬트 스테익스 챔피언 경력 ‘버드스톤’이 아버지인 ‘혈통’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년 켄터키대회에 나온 ‘버드스톤’의 아들은 ‘마인 댓 버드’만이 아니었다. ‘서머버드’는 경험부족이 흠이었을 뿐 스피드 지수는 ‘100’이 넘었다. 따라서 ‘버드스톤’ 핏줄이 마음에 들었다면 ‘서머버드’에 돈을 거는 것이 당연했다.
비가 온 것도 ‘마인 댓 버드’에 큰 도움이 됐다. 체구와 발이 작은 ‘마인 댓 버드’는 진흙탕을 즐긴 반면 가장 많은 돈이 걸렸던 ‘프리산 파이어’는 첫 발을 잘못 디뎌 눈 깜짝할 새 40마신차로 뒤져 우승 꿈이 날아갔다. 두 번째로 우승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던 ‘던커크’도 진흙탕 트랙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인 댓 버드’에 무려 20마신차로 깨졌다. 비 오는 날 잘 뛰는 말들이 따로 있다.
또 2위의 스피드 지수는 ‘95’로 작년 켄터키더비에서는 ‘마인 댓 버드’ 이외 제 실력을 발휘한 말이 하나도 없었다. 트리플 크라운 레이스에서 ‘95’ 스피드 지수로 우승한 말은 경마 역사에 없다. 때로는 실력보다 운이 중요하다.
올해도 잭팟이 크게 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말들이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데다 배당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룩킹 앳 럭키’(Looking at Lucky)와 ‘시드니스 캔디’(Sidney’s Candy)가 각각 가장 최악의 포스트(출발지점)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룩킹 앳 럭키’는 천천히 출발하면 다른 말들에 파묻혀 앞길이 막히고, 그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빨리 튀어나가면 에너지 소비가 심해 그렇지 않아도 막판 역전극으로 유명한 레이스에서 끝까지 버티기가 어렵게 되는 딜레마가 생겼다.
‘시드니스 캔디’도 마찬가지다. 선두그룹에 끼면 원하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탐색전 또는 추격전을 벌이면서 돌아가자니 20마리나 뛰는 대형 레이스에서 남보다 지름이 큰 원을 그리며 많이 뛰면 절대적으로 불리하기에 고민이다.
20번 포스트에서는 불과 2년 전 ‘빅 브라운’이 우승했지만 ‘빅 브라운’은 그 해 압도적인 우세가 평가됐던 말이다. 그 전에는 스타팅 게이트 없이 스타팅 라인에서 시작했던 1929년 ‘클라이드 밴 두슨’이 마지막이었다.
1번 포스트에서 우승한 말은 1986년 ‘퍼디낸드’, 3위 이내에 든 것도 1988년 ‘리즌 스타’가 마지막이었다.
출전자격이 3세마로 제한된 켄터키더비는 1일 켄터키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LA 시간으로 오후 3시24분에 벌어질 예정이며 채널4에서 중계한다.
<이규태 기자>
올해 켄터키더비 또한 뚜렷한 우승후보가 없다. (AP)
작년에는 기수 칼빈 보렐을 태운 50-1 롱샷 ‘마인 댓 버드’(오른쪽)가 1위로 골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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