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치료가 불가능한 미치광이 병(mad disease)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일찍이 한 말이다. 20세기는 공산주의의 광기가 지배한 시대였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공산주의는 급속히 번져나갔다. 반세기도 못 돼 전 세계의 절반을 지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공산주의의 광기가 지배하던 이 시대는 동시에 인류가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시기다. 그 공산주의가 결국 인류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어느 날 홀연히 무너져 내렸다.
왜 공산주의는 단명으로 그쳤는가. 계급투쟁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실상에 있어서는 증오만 설파하는 악(惡·Evil)의 이데올로기다. 인간성을 철저히 저버린 체제다. 그 공산주의가 공포와 테러를 통해 급속히 퇴화해버렸기 때문이다.
증오의 교리는 무자비한, 또 무제한의 폭력으로 구체화 된다. 계급 대학살(class genocide)이 그것이다. “우리는 특정 인물에 대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부르주아 말살이 우리의 전쟁이다. 때문에 피고를 심문할 때 증거를 찾을 필요가 없다. 어느 계급출신인지, 종교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소련 비밀경찰(KGB)의 전신 체카(Cheka)의 우두머리였던 라치스가 1918년 계급말살을 지시하면서 내린 지령이다.
귀족계급은 말할 것도 없다. 유한계급, 군인, 경찰, 관료계급, 지식인, 종교인 등은 모두 말살대상이다. 그뿐이 아니다. 예술인, 언론인, 이상적 사회주의자, 소수민족, 그리고 무고한 소시민도 그 리스트에 올랐다.
그 결과는 모든 사회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학살에, 다원주의 사회의 파괴다.
공산주의가 저지른 그 죄악상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프랑스에서 발간된 ‘공산주의 흑서’다. 이에 따르면 소련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최소한 2,000만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집계된다. 모택동 치하의 중국의 경우는 그 희생자 수는 3배가 훨씬 넘는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 때에만 최소한 3,000만 이상이 말 그대로 굶어 죽었다.
‘공산주의 흑서’는 관련해 이런 끔찍한 이야기도 전한다. “어린아이 시체는 가공 처리해 비료로 사용했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캄보디아, 베트남 등 다른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대대적 학살이 이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공산주의 이름으로 학살된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1억 명에 이른다는 게 ‘공산주의 흑서’의 고발 내용이다.
상당히 적게 잡았다. 공산주의 흑서에 대해 쏟아지는 일부의 비판이다. 스탈린의 죄악상은 철저히 단죄되지 않았다. 모택동이 저지른 잔악행위도 모두 밝혀진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공산주의 이름으로 희생된 사람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이다.
그 진위는 어떻든 간에 알려진 숫자만 으로도 그 피해는 ‘악마적 규모’라고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그 광기의 불꽃이 그러나 여전히 너울거리고 있는 곳이 있다. 김정일의 북한체제다. 학살된 정치범만 200만으로 추정된다. 90년대 고난의 대행군 시 발생한 아사자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만이 넘는다.
먹을 것을 찾아 민주일대를 헤매는 탈북자가 수 만 명이다. 거기다가 6.25란 동족상잔의 희생자 수를 합치면 그 수치는 쉽사리 1,000만 단위를 바라본다.
이 인류 학살의 잔혹사(殘酷史)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북한 체제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가면조차 벗어던진 지 오래다. 그리고 드러낸 얼굴이 수령절대주의다. 태양도, 달도, 별도, 온 인류도 오직 수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해괴한 이데올로기다. 그리고 거기에 접목된 게 선군(先軍)정책이다.
선군을 모토로 한 수령절대주의체제. 그 체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폭압체제라는 게 영국 더 타임스의 정의다. 인민의 생명쯤은 안중에도 없다. ‘수령을 결사보위’한다는 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체제는 태생적으로 테러체제다. 자국민에게도 서슴지 않고 테러를 가하는, 광기로 가득 찬 체제이다. 그러니 그 체제가 어느 날 대한민국의 초계함을 암습해 가라앉히고 또 황장엽씨 암살을 위해 공작원을 파견한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남 테러리즘이나 군사적 도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3대로 이어지는 권력승계와 관련해서.
내려지는 결론은 그래서 이렇다. 전쟁을, 테러리즘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체제가 북한 체제로, 그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망상이라는 것이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레짐 체인지’만이 북으로부터 오는 모든 화근을 없애는 궁극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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