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겐 전국 곳곳이 지뢰밭이다. 안전지대라곤 없다.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에서도 상당수 민주당 중진들이 캠페인 초반부터 전전긍긍이다. 대표적인 곳이 캘리포니아다. 반석 같았던 바바라 박서 연방 상원의원의 4선고지가 지난 두세달 사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상원 선거가 이번 주 들면서 전국적 뉴스의 조명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쪼개 직접 ‘박서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9일 LA를 방문, 하룻밤을 묵으며 350만달러를 모금해준 오바마는 캘리포니아 민주당을 향해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 안심하지 말라, 여러분이 죽어라 뛰지 않으면 박서는 재선에 실패할 것이다…미국의 내일을 위한 우리의 과제 완성을 위해 여러분은 박서의원을 반드시 상원으로 다시 보내주어야 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사실상 유세를 포기할 만큼 캘리포니아는 짙은 푸른빛 주(deep blue state)로 불리는 민주당 표밭이었다. 1,700만 유권자 중 등록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150만명이나 더 많을 뿐 아니라 무소속들의 이념성향도 낙태나 동성애 권리를 반대하지 않는 진보성향이 강하다.
연방 하원의원 53명 중 34명이 민주당이고 특히 상원의원은 2명이 다 민주당이다.
그런데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상원의석이 아연 함락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새 대통령 당선 후 첫 중간선거에선 집권당의 패배가 보통이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좀 심각해 보인다. 여전히 힘든 경제로 불만과 불안에 사로잡힌 중산층의 정서가 오바마와 민주당의 정치환경을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어서다. 티파티 운동으로 확산 중인 극우보수만이 아니다. 당적을 떠나 민주당, 무소속까지 유권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현직 정치가에 대한 반감은 사상 최고수준이라는 게 여론조사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몇 달 사이 ‘절대 민주’에서 ‘민주 우세’로 약화되었다가 급기야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캘리포니아 상원선거 판세가 흔들리는 민심의 동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박서가 누구인가. 82년 연방하원에, 92년 연방상원에 진출한 30년 가까운 경력의 연방의회 베테란이다. 98년 재선 때는 10% 포인트로, 2004년 3선 때는 20% 포인트 차이로 공화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다. 특히 2004년엔 700만표 획득으로 미 상원사상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금년엔 그만그만한 공화후보 3명 중 누구와 맞붙어도 압승은커녕 박빙의 접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선전의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에선 3명의 후보가 6월 예선을 앞두고 경합 중이다. 연방하원 의원 출신의 스탠포드 법대교수 톰 캠벨이 28% 지지율을 얻어 선두주자로 부상했고 그 뒤를 이어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22%, 주하원의원 척 드보어가 9%로 열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해 10% 넘게 앞섰던 박서의 리드 폭은 1월을 지나면서 급속히 줄어들더니 3월 중순엔 아예 막상막하를 기록했다. 필드여론조사 결과다 : 캠벨에겐 43% 대 44%로 밀려났고 피오리나에겐 45% 대 44%로 간신히 앞섰으며 드보어와 맞붙는다 해도 45% 대 41%로 쫓기는 상황이다.
“박서만 아니라면…”의 정서를 반영한다. 이번 선거가 공화후보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직 박서에 대한 심판이라는 뜻이다.
예선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본선의 승패를 예상하기는 이르다. 공화당은 11월 본선에 대해선 전열조차 가다듬지 못했다. 3명 모두 지명도가 약한데다 서로 싸우느라 그나마 알려진 것도 강점 보다는 약점이 두드러진다. 69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지칠 줄 모르는 투사인 박서는 또 천재적인 기금모금가로 꼽힌다. 이미 1,1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색깔 선명한 리버럴의 기수인 박서에겐 충성스런 진보 표밭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도 “박서를 과소평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박서 밀어내기’는 공화당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과제다. 상원 주도권 탈환의 꿈이 박서 패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원 100석 중 41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이번 선거에서 최소 10석을 더 확보해야 한다. 기존 공화의석을 모두 사수하고 현재 ‘취약’으로 분류된 민주의석 8석을 다 얻는다 해도 2석이 더 필요한데 그중 승산있는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다. 공화당 지도부가 최대의 지원을 약속하는 이유다.
“박서를 구하라”는 당연히 민주당에게도 지상과제다. 박서 자신도 ‘필사적 전투 돌입’을 선언했고 워싱턴으로 돌아간 오바마도 다음 달 박서 지원을 위해 다시 캘리포니아로 날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무풍지대였던 상원선거에 심상찮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온 미국을 뜨겁게 달구게 될 중간선거의 열기가 우리만 비껴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
박록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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