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존재감은 완전히 사라진 듯 보였다. 그런 그에 대한 재평가작업이랄까, 그런 보도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지율이 거의 바닥 상황에서 물러났다. 그렇지만 역사의 평가는 다를 것이라는 관점이 제기되면서 그는 새삼 트루먼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제 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다. 현직 시절 부시에게 결코 호의적이 아니었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그에 대해 하나 둘 재평가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CBS의 ‘식스티 미니츠’는 얼마 전 부시가 펼쳐온 아프리카지역 AIDS 퇴치 프로그램을 호의적 시각으로 집중 조명했다. 부시라면 항상 각을 세워왔다. 그런 CBS가 부시의 업적을 칭찬하고 나선 것이다,
’Mission Accomplished." 뉴스위크의 최근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7년여를 끌어온 이라크전쟁이 마침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평가를 뉴스위크는 내린 것이다.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상대와, 잘못 수행된 전쟁이다’-. 부시의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그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난이었다. 그 이라크전의 출구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미군 사망자수는 급격히 줄었다. 동시에 이라크 정국도 안정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실시된 선거에는 수니파도 대거 참여했다. 사담 후세인 몰락 후 7년 동안의 이라크 국민의 정치적 학습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자면 아랍·이슬람권 정치의 중심지에서 민주화의 중요한 씨앗이 마침내 발아를 시작한 것이다.
‘핵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시의 경고는 그동안 차라리 조소의 대상이 돼왔었다. 기술적으로 낙후한 이슬람이스트 테러세력이 핵무기를 제조하다니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이었다. 핵 테러 공포를 조장해 테러전쟁을 합리화시키려는 획책이라는 게 그 비난의 요지.
역설적인 현상이 일고 있다. ABB(Anything But Bush)라고 했던가. 그런 입장의 오바마 대통령이 그 비난을 잠재우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는 핵 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면서 핵 테러리즘의 위험을 새삼 경고했다. ‘미국과 전 세계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더 이상 국가 간의 핵전쟁 가능성이 아니다.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저지러 질 수 있는 핵 테러리즘’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이란의 핵 무장에 대해 경고를 했다. 그러면서 핵 테러리즘의 가능성을 현실의 명백한 위험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 이는 바로 부시가 수차 경고해왔던 것으로,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오바마에 의해 부시의 안보정책은 정당성을 입증 받은 셈이다.
핵 테러리즘의 가능성은 그러면 얼마나 될까.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포린 어페어지에 실린 그레이엄 앨리슨의 기고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탈레반 테러집단은 파키스탄 정부군 헤드쿼터 침투를 기도했다, 목적은 핵 장치를 빼내려는 것. 이 사례를 밝히면서 앨리슨은 파키스탄이나 북한을 통해 테러세력이 핵무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알카에다 테러조직은 핵무기 획득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테러집단이 핵을 획득하는 그런 사태가 발생할 때 세계는 미증유의 재난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할까, 천안함 침몰사태가 김정일 북한체제의 소행으로 점차 확실시되면서 이명박호의 대한민국 정부가 기로에 선 느낌이 들어서다.
국가라기보다는 극단주의 테러집단에 더 가깝다. 아니, 어쩌면 테러집단만도 못하다. 그리고 더 위험하다. 테러집단은 스스로의 소행임을 밝힌다. 아웅산 사건에서, KAL기 격추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 체제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스스로의 소행임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테러집단보다도 더 음험하다. 더 비열하다. 그런 체제가 핵 무장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안함이 미상(未詳)의 힘에 의해 공격을 받아 침몰한다. 그 힘의 본질을 규명하고 나선다. 그러자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황적 증거들은 일제히 그 힘이 북한이라는 집단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한국판 9.11사태를 맞은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혀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기로에서 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참전결정이다. 한국을 지켜내지 못하면 그 후에 따르는 것은 3차 대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서.” 한 역사가가 밝힌 그 때 그 상황의 트루먼의 모습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비열한 테러집단과는 결코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 답이 될 것 같다. 때문에 요구되는 것은 경제적 득실만 따지는 CEO가 아닌, 군통수권자로서 가치와 원칙에 충실한 결단의 리더십이다.
트루먼 같은, 부시와 같은 ‘결단의 한국대통령’이 보고 싶다.
옥세철 /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