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뉴욕과 뉴저지에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뉴욕은 언제 어디서나 주차하기가 힘든 반면 뉴저지 변두리의 주택가에는 주차하기가 아주 쉽다. 그래서 뉴욕에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을 때는 마치 하늘에서 별을 딴 것 같이 기분이 좋고 행운이 나와 동행한다고 느낀다.
나는 매일 5시 전에 일어나 추우나, 더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0분 이상 걸어서 버스를 타러 나간다. 겨울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걷기도 한다. 얼음판에 미끄러지기도 하고 돌에 걸려 넘어진 적도 있지만 나의 하루의 시작을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나의 학교를 향해 간다는 것이 감사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남편에게 선물을 받은 아이팟(I-pod)을 귀에 꽂고 흥얼
흥얼 노래를 하면서 약 1.5 마일의 거리를 매일 걸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맨하탄까지 와서 또 긴 지하도를 걸어서 약 20분가량 지하철을 타면 마침내 학교 앞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한국 신문과 커피를 사서 나는 발걸음을 학교로 돌린다. 가끔 학교앞 횡단보도에서 20년쯤 알고 지낸 메리언 (Crossing Guard)경찰과 한참 수다를 떨다가 반에 들어가 수업 준비를 한다. 혼잡한 날에는 버스를 타고 뉴욕에 있는 정류장까지 서서 온다. 아침부터 서서 덜덜 거리는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그래서 최근에는 차로 운전을 해서 학교에 온다. 통행료와 기름값 등 비용이 많이 들지만 좀 편히 출근하려는 마음으로 우선은 이런 사치를 범하면서 출근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일찍 와도 주차 할 곳은 없고 전철역 밑에 주차하는 12시간짜리 주차공간도 찾을 수가 없다. 어쩔 때는 3시간 주차해 놓고 뛰어나와 동전을 더 넣던지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해야 한다. 이것도 정
신을 바짝 차려야지 자칫 잘못하면 소위 ‘딱지’를 떼야한다.
참으로 도시란 곳은 이런 일로 힘이 빠진다. 이런 나에게 가끔씩 ‘별’을 따다 주는 한인 학부모 한 분이 계시다. 나는 그 분 자녀의 담임도 아니고, 올해는 과학이나 한국어 시간에도 그 학부모의 아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단지 내가 한인 교사이므로 또 내가 얼마나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지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내가 도착하는 시간쯤에 아예 자신의 차 앞에서 자리를 넘겨줄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계신다. 얼마나 고마운 분이신가. 학교에서는 조용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신 어머님. 작년에는 이 학부모의 자녀가 내 학생이었다. 학부모 면담시간에 아이가 산만하다고 좀 지도를 부탁한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곧바로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 그리고 엄마랑 집에서 이야기 좀 하자.” 하시면서 아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나의 의견도 존중하셨던 학부모시다.
이렇게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학부모가 계시는가하면 반면 한인교사가 하는 일에는 사사건건 방해만 놓는 학부모님도 계시다. 한번은 나의 일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학부모님이 나에게 주차자리를 마련해주시는 “별” 따주시는 분에게 “왜 우리 남편이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기다렸는데 선생님한테 주냐” 며 시비를 걸어 싸운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학교에서도 학부모님의 태도에는 천지차이가 있다. 나를 반대하는 학부모님은 아직도 나에게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그 학부모님의 딸이 내 반에 있을 때 숙제도 안 해 오고 필기도 안 하고, 늘 잠만 자는 아이처럼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하지 않아서 나쁜 점수를 준 적이 있다. 한인 학생이라 잘 봐준 것도 아니고 또 특별히 더 심
하게 혼낸 것도 아니다. 헌데 이 부모님은 돌아다니면서 내가 한인학생들에게만 차별하여 엄하게 점수를 잘 안 준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소문인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부모가 나에게 대한 태도나 또 주차공간을 가지고 다른 학부형이랑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 분이 왜 이런 태도를 보였는가를 파악했다.
나는 또 이해가 가지 않는 한 가지 현상이 있다. 한인 학부모님들은 왜 그렇게 베풀기만 하고 자신의 권리와 주장은 못할까? 어느 지역이나 한인 학부모협회가 형성되어있다. 한인 학생이 많은 지역은 한인 학부모협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곳도 있고 또 어디에는 아무리 한인 학생수가 많아도 소극적인 학부모회가 있다. 늘 나는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왜 우리 한인들은 주류사회의 미국인들에게 “아부” 한다는 느낌을 가질까. 한인 부모협회의 이름으로 외국인 교사에게 점심/저녁을 대접하거나 값비싼 한복을 사서 선물하거나 돈을 걷어서 한국 여행을 시키질 않나, 때마다 과한 선물을 하거나, 솔직히 나는 참으로 이상한 풍습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교장이 본인의 아이들에게 잘 해주지도 않는데 과하게 베푸는 민족은 오직 한인 학부모이다.
문제는 이렇게 배불리 먹여놓고 선물로 아부를 한 다음에 자신이나 한인 단체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정정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어반 개설을 추진하는 사업을 하다보면 이 현상을 더욱 더 절실히 느낀다. 교장 눈치만 살핀다. 이중언어교육(bilingual education)의 역사에 따르면 100년 전 중국인 라우(Mr. Lau)씨는 “내 아이는 중국어를 쓰니 캘리포니아 학교에 중국어 수업을 제공해 달라”고 정정당당히 요구했다고 한다(California Lau Vs. State of California 참조). 왜 우리 한인들은 100년 전의 중국인 라우씨 만도 못 할까? 나는 “도시락을 싸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나의 학교에 있는 학부모님께 “제발 베풀려고만 하지 말고 정정 당당하게 학교측에 요구 할 것이 있으면 함께 힘을 모아 요구하자”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말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냥 힘 있는 자에겐 아부하고 잘 보이려고 하는 풍습이 몸과 영혼에 배어 있는 것일까?
하늘에서 별을 따 주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별을 따다 준다고 시비를 걸면서 싸움을 시작하는 부모도 있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한인 학부모 이름으로 교직원들에게 과도한 선물과 음식을 대접하는 아부에 익숙한 학부모 협회가 있는가 하면, 이 점을 노리고 무조건 한인 학생들을 선호하는 약삭빠른 외국인 교사도 있다. 이 교사들은 벌써 소문을 듣고 한인부모님들의 처사에 익숙한 약은 교사들이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한다. 올해는 이 “어리숙한 한인부모들에게서 얼마만큼의 큰 선물과 돈이 들어올까?” 그리고 이들은 이것이 다만 김치 국물을 마시는 것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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