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가문인 ‘브론테 자매’의 하나인 샬롯 브론테의 대표작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제인은 숙부 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자선 학교를 거쳐 으리으리한 손필드 장원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여기서 주인 에드워드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데 집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 밤 중에 삐걱거리며 누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미친듯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손님 중 하나가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불이 날 뻔 하기도 하다가 제인과 에드워드가 결혼하기로 하고 만들어놓은 웨딩드레스를 누군가 찢어버리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마침내 결혼식 날 제인은 에드워드가 이미 결혼해 아내가 있으며 지금까지 일어난 온갖 사고의 원인이 골방에 갇혀 있는 그의 미친 아내였음을 알게 된다. 그의 곁을 떠난 제인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와 보니 에드워드의 집은 불타고 그 와중에 에드워드는 눈이 멀고 한 손을 못 쓰는 불구자가 돼 있었다. 미친 아내가 집에 불을 지른 후 자살해 버린 것이었다. 제인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그와 결혼, 아이도 낳으며 에드워드는 아이를 알아 볼만큼 시력이 회복돼 그럭저럭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이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한반도다. 남쪽에는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만들어 팔며 착실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한국이 있다. 그러나 한국민들이 선진국 도약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이 한밤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일요일 새벽 탱크를 앞장세워 38선을 뚫고 쳐내려오지를 않나 김신조를 포함한 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지 않나 휴전선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는 미군을 도끼로 내려찍지 않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오는 길목에 기다리고 있다 폭탄을 터뜨리는가 하면 노동자들이 타고 오는 비행기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금강산 관광을 온 한국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이기도 한다. 북한의 행동은 지난 60년간 한 치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북한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다. 과거 조그마한 일만 있어도 이를 반공과 장기집권의 소재로 써먹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제는 북한의 어떤 도발도 이를 감싸고 오히려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천안함 사고 원인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폭탄이 아니고서는 폭음과 함께 선체가 두 동강이 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폭탄이라면 어느 나라 폭탄일까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이명박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소리만 높다.
거기다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데도 정작 사람을 죽인 북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못하면서 남북 화해를 위해 빨리 이를 재개하라고 목청을 높이는 야당과 재야단체가 한둘이 아니다.
금강산 관광이란 것도 그렇다.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아직도 20만 명이 아우슈비츠보다 열악한 강제 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다. 금강산에서 한국인이 등산하고 온천하며 쏟아 붓는 돈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코냑과 벤츠를 사는 김정일의 통치자금 아니면 핵 개발 비용, 혹은 강제 수용소 관리비로 사용된다는 것은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일이다. 뭣 때문에 한국이 관광이란 이름으로 이런 돈을 대줘야 하는가.
북한은 금강산의 한국 정부 부동산을 몰수하고 관광 사업자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현대 아산의 재산도 몰수하겠단다. 참으로 잘 하는 일이다. 법도 원칙도 없는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를 이보다 더 확실히 보여줄 수는 없다. 빼앗긴 부동산의 액수가 아무리 커도 이번 사태로 사람들이 북한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된다면 이는 마땅히 치러야 할 수업료다.
로체스터는 미친 여자와 결혼했다 집도 태워먹고 불구자 신세로 인생을 마감했다. 한국민들의 운명이 로체스터처럼 돼서는 안 될 텐데 아직도 북녘 골방에 숨은 광인의 정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이다.
민경훈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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